『책 읽고 글쓰기』(나민애, 2020)를 읽고
- 지은이 : 나민애
- 제목 : 책 읽고 글쓰기
- 출판사 : 서울문화사
- 출간 연도 : 2020년 3월
- 페이지 : 224쪽
서점 매대에서 유독 자주 볼 수 있는 수식어가 있다. '하버드 학생들이 열광한~', '하버드대학교 최고 인기 강연' 등의 세계 최고 학문의 전당으로 알려진 하버드를 내세운 책들은 일단 '하버드' 단어 하나도 시선을 끌기 충분하다. 경영 서적이 제일 많지만 철학·과학·예술·자기계발, 심지어 연애학 책에서도 유효하다. 우리나라에서 '하버드'만큼의 효과를 거두는 단어는 역시 '서울대학교'이다. 그렇다. 평범하디 평범한 제목 '책 읽고 글쓰기'라는 책이 내 관심을 끌었던 이유가 띠지에 적힌 '서울대학교 기초교양 최고 인기 강의'라는 말 때문임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서평 쓰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어떤 책을 읽고 쓰는 글인지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써야 할지 너무나도 친절하게 알려준다. 저자가 수업을 듣는 대학생들에게 '아가', '꼬마'라고 부른다고 했을 때, 아무리 글을 못 써도 성인에게는 적절하지 않은 표현 아닐까 거슬렸는데 어느새 나도 '아가'와 '꼬마'의 자세로 돌아가 저자 쌤의 한마디 한마디에 의지하고 있었다.
책은 서평의 모든 것을 촘촘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왜 서평이라는 단어를 굳이 빼고 '책 읽고 글쓰기'라고 제목을 붙였을까? 책을 읽고 쓰는 글로 모두가 알고 있는 독후감과 서평은 분명히 다르다고 강조하면서, 왜 제목에서는 마치 '독후감 쓰기'를 가르치지 않을까 착각하게 할 만한 표현을 사용했을까? 아마 서평이라는 말에서 오는 무게감을 덜고 싶은 마음과 함께 앞으로는 '책 읽고 글쓰는' 행위의 중심이 '독후감'이 아니라 '서평'이 되어야 한다는 암묵적 주장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온라인 100자 평에서부터 전문가 수준의 서평까지, 자신이 원하는 서평을 잘 쓸 수 있는 매뉴얼을 제시하고 있어 필요한 부분을 찾아 읽르면 된다. 그러나 이 책을 손에 잡은 사람은 이미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충만한 경우가 많으므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도 다 읽고 나면 전문 서평러가 되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
서평의 영역을 배우면서 가장 의외였고 인상적인 점이 '서지사항'이다. 저자는 서평쓰기에 있어 서지사항을 밝히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한 번이면 '아~ 이게 서평의 특징이구나' 했을 텐데, 여러 번 거듭거듭 서지사항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이쯤되니 서지사항이 단순히 책을 만든 사람들에 대한 예의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해진다. 서지사항 중에서도 제목은 핵심 중에 핵심이다. 제목을 물고 늘어지면서 던져야 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책 제목을 보면서 던져야 할 질문들>
- 책 제목을 왜 이렇게 지었지? 그 의도가 뭐지?
- 원제목을 한국에서는 왜 이렇게 번역했지? 그 의도는 뭐지?
- 이 제목의 단어들은 뭘 상징하는 거지?
- 여기서 제일 중요한 단어는 뭐지?
- 이 단어나 전체 제목은 뭘 이야기하려는 거지?
직접 해 보았더니 신기하게도 책을 다 읽지 않고서도 심지어 전혀 읽지 않은 책이라 할지라도 책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자연스레 저자로까지 생각이 확장되고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책에서 얻고 싶었던 내용 등이 눈에 잡히기 시작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책을 읽으면 반드시 글로 남겨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런데 아무 말이나 끄적이기보다는 보다 정돈된 형태로 남기고 싶은 욕심에 오히려 글을 쓰는 게 주춤거려지기도 한다. 그 해결책 역시 '서지사항'이다. 일단 책을 잡으면 서지사항부터 정리해 놓기. 그리고 정 쓸 말이 없으면 서지사항과 책 표지만으로 기록을 끝내면 된다. 그런데 뭔가를 쓰고 싶은 마음에 손가락이 근질거릴 것이다. 그 때는 책에 나온 매뉴얼대로 몇 줄이라도 써내면 그것이 곧 기록이다.
그리고 꼭 간직해야 할 또 한 가지. 저자가 서지사항만큼이나 강조한 이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