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세상 만들기(토바이어스 리나르트, 2020)』중
-113~114쪽-
체제를 바꾸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잠재적 채식 지향인을 만드는 것이다.
동물권 운동이 행동뿐만 아니라 정신과 마음까지 변화된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의식화가 비건촌으로 가는 길의 출발점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나의 요지이다. 사람들이 처음 비건촌을 향해 발을 내딛는 동기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특정한 경우에는-상황에 따라, 수단에 따라, 대상에 따라-동물 윤리에 대한 내용을 아예 무시하거나 뒤쪽으로 빼놓아야 할 때도 있다. 우리는 어떤 이유에서든, 때로는 아무 이유가 없더라도 사람들이 비건 음식을 먹어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온라인 서점에 들어갔다가 펀딩을 한다는 광고에 무심코 결제를 눌렀다. 엊그제 책과 굿즈를 받고는 읽기 시작했다. 비건은커녕 고기 먹는 양만 줄어도 시선이 집중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데 난데 없이 '비건 세상 만들기'라는 과격한 제목이라니. 채식을 지향하지만 번번히 실패의 경험만 가지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이 죄책감과 좌절감만 더해주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채식 지향인을 만드는 것이 지금의 체제를 바꾸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그동안 혼자 끙끙 짊어졌던 마음의 짐을 완전히 덜 수 있었다. 지금의 나도 잘 살고 있는 거라고, 현재 처한 환경에서 더 나아지려는 내 삶도 의미가 있다고 누군가 분명히 말해주고 있었다. 그것도 철저한 증거 자료를 들어가면서.
채식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서 봐 온 관련 책들은 두 부류였다. 하나, 동물 학대의 실상을 낱낱이 밝히면서 '이런 잔혹한 일에 동참하고 싶지 않다면 채식을 하라'는 종류, 또 다른 하나는, 채식을 하면 얼마나 건겅해지고 미용적으로도 좋아지는지, 더 나아가 환경을 살릴 수 있음을 강조하며 실용적 장점을 나열하는 종류다. 이 책은 비건 책의 새로운 부류로 보이는데, 바로 비건-그 중에서도 이상주의적 비건들에게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음을 설득한다.
23쪽
'비건촌veganville'은 산 위에 있는 상상 속의 마을이다. 이 책을 읽는 당신들 대부분은 이미 거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당신(과 나)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최대한 빨리 우리와 함께 살도록 하는 것이다.
비건촌으로 가는 길은 그림만큼이나 험난하다. 그동안 나는 험한 길을 진득하게 가지 못하고 포기하는 내 근성과 툭 하면 주저앉는 체력만을 탓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의 조언처럼 기존의 강고한 비건들이 조금만 더 마음을 열고 부족한 나를 이끌어준다면, 최소한 그러한 시선으로 바라봐준다면 조금씩이나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가다 보면 언젠가는 비건촌에 다다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