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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애초에 길이 없을지 모른다

『리부트』(케리 콜로나, 2020) 중

by 제주껏

177쪽

"우리 모두 인생이라는 그래프에서 상승곡선을 타려고 필사적으로 애쓰죠. 우리는 똑바로, 직선으로, 그리고 우상단으로 가지 않으면 길에서 벗어난 거라고 생각하도록 길들여졌단 말이에요." 만약 방향을 잃는 것도 길의 일부라면 어떡할 것인가? 만약 우리가 돛단배를 몰고 호수 건너편까지 가야 하는데, 뒤에서 순풍이 불기를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이리저리 방법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면? 만약에 길을 잃고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제대로 나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는 것이 성장의 척도라면? 만약 우리가 길 없는 길 위에, 우리가 있어야 할 곳에 정확히 있는 거라면?



내가 살고 있는 오늘 하루, 그 하루의 순간순간은 전체 인생에서 하나의 점과 같다. 이 점은 시작도 끝도 없으로 앞과 뒤도 없다. 그런데 나는 이제까지 일직선으로 된 어떤 길을 걸어온 것처럼 지나온 시간을 하나의 선으로 되돌아보고, 앞으로 걸어갈 길 역시 하나의 직선의 길로 상상하고 있다. 이것은 의식적이라기보다 너무나 당연히 마치 그렇게 세팅이 된 것마냥 여겨진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의 영향일까? 어디서나 쭉 뻗은 길이 보이고 하루하루의 목적지가 정해져 있는 느낌. 오늘 얼만큼 걸어갔는지 늘 성과에 목말라하는 삶.


이 단락을 읽으면서 나의 상상 속 삶의 길을 지우려 노력하고 있다. 머릿속 지우개로 열심히 지우고 있지만 기존의 실이 너무나 선명해서 잘 지워지지 않는다. 정해진 길은 없다는 것, 아니 애초에 길 자체가 없는 것일 수도... 그러니 방향을 잃을 걱정도 뒤처질 거라는 두려움도 어느 정도 접어둘 수 있지 않을까.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온전히 내 존재를 느끼는 것만이 현재를 잘 살아내는 최선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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