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지나온 우리에게 연결과 소통이란

[서평-리보와 앤] 제2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by 제주껏


흔히 이야기는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상상의 기록. 우주에서의 생활, 로봇과의 사랑, 예상치 못한 재난 등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싶은 상상 속 일들을 펼쳐낸 이야기들이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상상이 하나둘 현실로 이뤄지는데 그렇다면 다른 시간으로의 이동도 언젠가 현실이 될 지는 늘 궁금해하며 인류의 기술 발전을 지켜본다. 또 하나는 회상의 기록.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며 쓰는 이러한 이야기 하나하나는 평범한 사람의 일상 같아 보이지만, 하나로 꿰어보면 당시 시대상을 명확히 해준다.




『리보와 앤(어윤정 글, 해마 그림, 문학동네 펴냄)』은 상상의 이야기에 주로 등장하는 AI와 바이러스라는 소재가 이제는 우리가 겪어낸 경험으로 기록되는 순간이 왔음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 제2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책을 검색하거나 추천해 주는 로봇 리보와 앤. 어느 날 플루비아라는 바이러스가 퍼져 도서관은 폐쇄되고 도서관 안에는 리보와 앤만 남게 된다.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소셜 로봇인 리보와 앤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아오기를 기다리며 사람을 대신해 책을 빌리는 역할극을 하거나 이전 기록을 더듬으며 사람을 추억한다. 도서관을 자주 찾아왔던 유도현은 리보와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다가 서비스 시스템 기능으로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한다. 아무도 돌보지 않은 로봇은 손상과 시스템 오류 등으로 기능을 다해간다. 앤이 먼저 작동을 멈추고 리보는 시스템이 초기화되어 가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지난 3년의 시간을 되돌아봤다. 듣도 보도 못했던 바이러스, 코로나19. 이전에 사스와 메르스라는 바이러스 때 겪은 공포와는 차원이 다른 전세계적인, 그리고 장기적인 단절과 폐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는 말을 실감할 만큼, 우리는 코로나19 이후 세상을 살고 있다. 모두의 일상을 바꾼 바이러스로 인한 기억 위에 아직은 상상에 남아 있는 로봇과의 교감을 살포시 얹은 이 책의 이야기는 과거와 미래가 겹쳐지는 어느 즈음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책에 나오는 도서관 로봇, 리보와 앤은 사람들의 감정 또는 원하는 바를 읽어내고 그에 맞는 책을 검색하거나 추천해 준다. 책 제목뿐 아니라 내용 데이터까지 전부 들어 있어 실용적 기능 이상의 소통을 해낸다. 하지만 그것도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할 때 필요한 기능일 뿐, 도서관이 폐쇄되자 두 로봇은 자신들의 소통 기능을 활용할 수 없게 되어 힘들어 한다.


소통 기능을 갖췄으나 소통할 수 없음, 이것이 우리가 코로나19 시기에 겪었던 동일 감정이다. 그 이전만 해도 점점 내향적이 되어가는 성격에 육아까지 합쳐진 상태의 나에게, 소통은 다소 피곤한 의무에 가까웠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소통의 본질이 드러났다. 과하게 밀착된 소통이 싫었을 뿐, 나는 누구보다 소통을 원하는 한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람하고만 소통이 가능한 것일까? 여러 동물과 식물, 심지어 물건과도 소통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책은 우리의 소통 대상이 로봇과 책이 될 수 있음을, 또한 로봇과 책이 있음으로 해서 사람과의 더 깊은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넌지시 던져 놓는다. 리보와 앤은 수많은 책 속에 담긴 문장을 통해 사람의 마음과 감정을 짐작하고 이해하는 장면들이 그러하다.


책에서는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책을 추천해 주는 장면이 몇 번 나오는데, 실제 그 책이 있는지 검색해 보니 그렇지는 않았다. 리보와 앤이 추천하는 책이 실제 책과도 연결이 되었다면 나는 더욱 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든다.


책에 등장하는 어린이 유도현은 리보가 신기하고 재미있어 자주 애용한다.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리보 시스템을 활용해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외로움을 달래지만, 그것은 서로에게 얼마간의 위안을 줄 뿐 결국 진정한 연결을 향한 욕구로 이어져 리보의 시스템은 망가져 가고 아이는 리보에게로 다시 온다. 부디 둘이 만났기를, 리보가 다시 제기능을 찾기를...


동네 도서관에 이런 로봇이 있다면 어떨까? 아마 우리 아이는 책보다는 로봇과 놀기 위해 도서관에 가자고 보챌 것이다. 엄마가 아닌 로봇이 추천해 주는 책을 더 마음에 들어 하겠지. 그 옆에서 나도 덩달아 흥미 삼아 책 한 권 추천을 받아보고 싶다. 사실 지금의 도서관은 너무 조용하다. 빌릴 책을 사서에게 가져가는 횟수보다 자동 대출기 앞에 서는 것이 더욱 편하다. 리보와 앤과 같은 사서를 찾는다면 그건 나의 욕심일까? 하지만 나는 기다린다. 누군가가 내가 도서관에 오는 것을 기다렸으면. 나에게 '이런 책은 어떠냐'고 말을 걸어 주었으면. 리보와 앤이 도서관에서 사람들이 오기를, 사람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 주기를 기다린 것처럼.


★추신★

『리보와 앤』을 검색사이트에서 검색하면 (오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굳이 '리모와(캐리어)'로 검색해 주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리보와 앤』을 검색한다고 클릭을 해야 책이 검색된다. 여기서 느낀 두 가지. 첫째, 리모와 캐리어가 정말 유명하구나. 둘째, 검색사이트가 아직 '리보'만큼의 도서 검색 능력을 갖추지 못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