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토론 리더과정-1강] 논제는 오케스트라의 '악보'와 같다
"독서토론을 왜 돈을 내고 해요?"
아는 사람과 근황에 대해 얘기하다 얼마 전 수강한 그림책 독서토론 주제를 꺼냈다. 수강료(12만 원)를 내는 과정이라는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져 왔다(책은 따로 구입해야 한다는 사실에 또 한 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때 나는 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토론 수업을 진행하는 숭례문학당이라는 곳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아는 만큼 설명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그러게, 왜 굳이 돈을 내고 독서토론을?' 하는 질문이 생겨났고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 고민 끝에 독서토론 리더과정을 등록했다. 무려 67기. 기수의 무게감만큼이나 커리큘럼도 만만치 않았다. 매주 책을 읽는 것은 기본이고 논제를 만들어야 한다. 8주 과정 동안 1번의 스피치 발표와 2번의 리더 실습이 있다. 편안히 앉아 강사의 진행에 따라 몇 마디 나누는 수준의 입문과정과는 차원이 달랐다.
최병일 강사님과 김예원 보조강사님, 그리고 9명의 수강생들. 주로 교육 분야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분들이 토론의 전문성을 쌓기 위해 수강하는 경우가 많았다.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들, 이러한 수강생들과의 교류가 나에게 더 많은 자극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됐다.
1강에서는 각자 자기소개와 강사님 소개를 겸한 특강, 수업 진행 방식 소개, 논제 글쓰기에 대한 내용을 담은
『질문하는 독서의 힘』 토론으로 2시간 30분의 수업이 진행됐다.
독서토론의 3요소
독서토론을 하려면 3가지가 필요하다. 진행자, 패널, 그리고 논제. 대부분의 독서토론에서 앞의 2가지는 갖춰져 있으나 논제 없이 자유 형태로 하는 경우가 많다. 자유롭게 잘 진행되면 좋지만 토론이 엄한 방향으로 빠지기 쉽다. 논제를 '내비게이션'으로 비유하면 딱 적당하다 싶다. 참여자 모두 귀중한 시간을 내어 독서토론에 참여하는 만큼 의미를 얻고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행자와 패널들의 역할이다.
강사님은 이 3요소를 오케스트라에 비유했다. 진행자=지휘자, 패널=연주자, 논제=악보. '악보'를 떠올리는 순간 논제의 기능과 역할이 손에 잡힐 듯 매우 분명해졌다. 악보에는 오선이 존재하며 높은 음자리와 낮은 음자리, 음조와 빠르기, 음표와 쉼표, 빠르기와 세기 등이 정해져 있는다. 아무리 뛰어난 연주자라 해도 악보의 규칙을 지키는 한에서 자신의 재량을 선보이듯이 토론 역시 논제라는 매우 체계적인 짜인 규칙 아래 각자의 생각을 펼쳐내는 활동이다.
독서토론의 효과
독서토론의 효과는 아래 6가지로 정리했다.
1) 독단적 이해를 넘어선다.
2) 좋은 책을 고르고 정밀하게 읽는 능력 향상
3) 편독하는 습관 극복
4) 논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표현
5) 경청하는 능력
6) 민주적 소양 형성
이 중 가장 중요한 효과는 '경청'이다. 처음 토론을 시작할 때는 내가 얼마나 말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하게 되는데, 이 생각은 잘 듣기만 해도 절반 이상 해결이 된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가장 어려운 능력이기도 하다.
집중력과 지속력
현재 내가 가장 길러야 할 능력은 '경청' 외에도 '집중력'과 '지속력'이 있다. 이 부분 설명으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문장을 빌려왔다."이와 같은 능력(집중력과 지속력)은 고맙게도 재능의 경우와 달라서, 트레이닝에 따라 후천적으로 획득할 수 있고, 그 자질을 향상해 나갈 수도 있다."
독서토론 리더과정 8주 과정을 내가 집중력과 지속력을 향상하는 훈련의 시간으로 여기며 끝까지 완주해 내리라 다짐해 본다. 그리고 이 과정을 수료할 때쯤에는 '독서토론을 왜 돈을 내고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겠지.
소감을 나누는 시간. 한 수강생 분의 말이 내 마음에 깊이 남았다.
"저는 50대에 배우는 사람, 70대에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지금 열심히 배워서 70대에 강사님처럼 일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