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은 여러모로 힘이 세다

[아이와 함께 읽은 책] 『똥벼락』(김회경 글·조혜란 그림)

by 제주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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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경 글·조혜란 그림

사계절 펴냄

2008년 발행



아이와 읽을 그림책을 찾다가 생소한 제목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똥벼락』이라는 제목을 보고 ‘오호, 똥 얘기라면 기본은 하겠는데?’라는 생각에 얼른 책을 꺼내 들었죠. 표지에는 부잣집 대감 정도로 보이는 사람과 고양이 한 마리가 발 앞에 놓인 ‘똥’을 바라보며 깜짝 놀라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누가 봐도 전래동화인데 제목은 너무나 낯설어 더욱 호기심이 갔지요. 제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똥에 대한 옛날이야기가 있었나 싶어 얼른 빌려왔습니다.


일단 아이의 반응은 대만족. 김 부자, 돌쇠 같은 옛날식 이름이나 그림 스타일, 거름간, 머슴, 새경 등 지금은 사라진 단어들이 나오는 데도 ‘똥’에 대한 집중력으로 이야기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반짝거리며 내용에 빠져들더군요. 선과 악의 대립 구조의 인물 구성, 마법을 부리는 산도깨비의 등장, 권선징악의 결말, 모든 면에서 전래동화의 구성이 철저히 지켜진 책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의 몰입도가 높았고 읽어주는 제 입장에서는 어디서 들어보지 못한 신선한 옛이야기를 새로 접하게 된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이 책은 어느새 매일 저녁 자장가처럼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가 됐습니다. 3번 이상 읽어준 후로는 아이가 추임새를 넣듯 산도깨비가 주문을 외우는 대사를 자신이 외치는데요. “수리수리 수수리, 온 세상 똥아, 김 부자네로 날아라!”를 외치는 동시에 똥이 날아가는 장면을 마주하며 무척 통쾌해합니다. 아이도 못된 김 부자를 혼내주고 싶었나 봅니다. 저 역시 이야기를 다 외우는 수준이 되어서, 이제는 책을 보지 않고도 콩쥐팥쥐나 해님달님 이야기보다 더 실감 나게 입담을 구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돌쇠 아버지는 똥을 세상 무엇보다 귀히 여깁니다. 잔칫집에 갔다가도 똥이 마려우면 집으로 달려가 똥을 누려할 정도니까요. 농사꾼에게, 특히 돌쇠 아버지처럼 가난한 농사꾼에게 똥이라는 거름의 힘은 대단할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이야기 속 똥의 힘 또한 거름에 비할 바 아닙니다. 똥이라는 이야기 거름이 더 많아져 아이들이 똥 거름을 먹고 더 많이 웃고 더 밝게 자라나기를 바랍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민담의 모티브와 소재를 활용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김희경 작가님도 새롭게 알게 되었네요. 작가님의 다른 책들도 찾아보면서 들어본 적 없지만 친숙한 우리 이야기를 하나씩 알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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