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어린이의 마음에 한없이 가까워지는 그것

[책 읽는 어른] 어린이의 여행법(이지나·라이프앤페이지)

by 제주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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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여행법

이지나 글·그림

라이프앤페이지 펴냄

2023년 발행



몇 년 전, ‘어린이라는 세계(김소영·사계절)’라는 책이 나오자마자 제목에 끌려 구입했습니다. 어린이. 한없이 나약해 보이지만 그들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약해지는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존재, 앞의 한 점을 목표 삼아 좁고 빠르게만 달려오던 나에게 양옆과 뒤쪽 방향의 세상도 의미 있음을 알려준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린이’는 늘 동경의 대상이자 내가 가닿을 수 없는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이죠.


‘어린이의 여행법(이지나·라이프앤페이지)’은 ‘어린이’라는 동경의 대상에 또 하나의 로망 ‘여행’이 덧붙은, 누가 봐도 매력적인 제목으로 관심을 끕니다. 저자는 어린이, 즉 자신의 아이와 함께 한 여행의 기억을 하나하나 풀어냈습니다.


우선 유아차를 타고 다녀야 할 정도의 어린 아이를 데리고 해외여행을 한 것만으로도 저자가 대단해 보이더군요. 아이와 당일치기 나들이를 가는 것조차도 버거워 낑낑대는 저와 달리, 저자의 가족은 유럽과 남미, 아프리카 세계 곳곳을 누빕니다. 어떤 마음이기에 가능한 여행일까 생각하다가 한 문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어느 곳을 가든 그곳에도 아이들이 자라고 있으니 아이와 함께 가지 못할 곳은 없다.“


어린이와의 여행은 그야말로 함께 살아가는 과정일 뿐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른인 내가 아이의 모든 것을 챙겨줘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하지만, 그것은 아이의 부족함이라기보다 생활의 일부인 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이든 어른이든, 그 사람과 함께하는 여정에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져야 함은 당연하니까요.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여태까지 불편한 것을 과도하게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이’와 ‘여행’, 이 두 가지는 매일같이 새로움을 던져줍니다. 새로움이란 불편할 수도 있지만 시각을 바꾸면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이죠. 저는 아름다운 것을 위해 불편함을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책에서 배웠습니다.


이 책은 제목이 ‘어린이의 여행법’이지만 어린이를 빼놓고도 충분히 재미있는 여행 에세이기도 합니다. ‘여행을 좋아해서 나이보다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살기를 원’한다는 저자의 말마따나 그의 다채로운 여행 경험이 이 책에 녹아 있습니다. 저자의 아이에 집중하다가도 어느 순간 저자 안에 있는 내면의 어린이를 만날 때 나에게도 잠들어 있는 어린이가 깨어나는 기분입니다.


여행을 하는 순간 우리는 어느 때보다 어린이의 마음과 가까워집니다. 여행이라는 테마에 어린이를 접목하니 그 여행이 더욱 생명력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더운 여름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여행 에세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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