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읽은 책] 『실수 왕 도시오(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실수 왕 도시오
이와이 도시오 글·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펴냄
2017년 발행
"으아앙~~ 난 못해. 이상해!" 오늘도 아이는 그림을 그리다 짜증을 냅니다. 엄마처럼 '동그란' 동그라미를 그리고 싶고 반듯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싶은데 자신이 그린 모양은 삐뚤빼뚤 알 수 없는 모형인 게 화가 나는 모양입니다. "아니야. 잘 그렸어. 어떻게 한 번에 잘하겠어? 연습할수록 점점 잘하게 될 거야."라고 위로해 봐도 계속 심통이 나 있습니다. 그러다가 "엄마도 어렸을 때는 얼마나 못 그렸는데"라는 말에 눈물을 뚝 그치고 묻습니다. "엄마도 어렸을 때 못 그렸는데 연습해서 잘 그리게 됐어?"라고요.
『실수 왕 도시오』는 요즘 저희 집에 꼭 필요한 책 중 하나입니다. 표지에서 처음 마주하는 꼬마 도시오의 모습은 안쓰럽기 그지없습니다. 깨진 턱에 붙인 커다란 반창고와 손가락을 칭칭 감은 밴드, 한쪽 눈에 맺힌 커다란 눈물 한 방울. 아이는 이 장면에서부터 도시오에게 큰 관심을 보입니다. 아마도 자신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나 보죠? 도시오는 놀다 넘어지고 무언가를 만들다가 다치는 그야말로 '실수 왕'입니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이 이런 과정에서 넘어지거나 다치기 마련이죠. 도시오가 특이해서가 아니라 아이라면 누구나 겪는 그런 일들인데, 도시오는 누나들에게 '실수 왕'이라고 놀림을 받습니다.
실수 왕 도시오는 다양한 실수로 의기소침할 때도 있지만 새로운 시도를 할 때 가장 즐거워합니다. 모든 아이들, 아니 어른들 역시 의외성에서 생겨나는 즐거움을 좋아합니다. 도시오는 우주선을 본뜬 연을 만들고, 물론 그 과정에서도 실수를 하지요, 그 연을 날리며 마치 진짜 우주선이라도 발사하는 듯한 희열을 맛봅니다.
이 책은 『100층짜리 집』 시리즈로 유명한 이와이 도시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합니다. 작가 자신의 이름을 제목에 넣어 사실감이 더 부여됩니다. 책을 읽으면서 웹툰작가 강풀의 책 『안녕, 친구야』도 떠올랐는데요. 강풀은 자신의 아이에게 아빠의 어린 시절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그림책을 만들었는데, 도시오의 이야기 역시 현재의 대작가가 전해 주는 옛날이야기처럼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저 또한 도시오처럼 어린 시절에 넘어져 턱을 깨진 적이 있는가 하면, 도시오의 아빠처럼 손바닥이 찢어져 십수 바늘을 꿰매기도 했지요. 이 영광의 상처들이 실수 왕 도시오의 이야기와 절묘하게 맞닿으면서 아이에게 생생함을 더해줬습니다. "엄마도 턱에서 피가 나서 상처가 생긴 거야?", "엄마가 넘어졌을 때 손이 찢어져서 흉터가 난 거야?"라고 묻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지금 막 다치기라도 한 것처럼 애잔한 눈으로 지그시 상처를 바라보며 가만가만 쓰다듬어 주네요.
아마도 ‘실수란 많이 아프고 오래도록 상처로 남지만, 그래도 지금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는 거구나.’라는 삶의 자세를 어렴풋이나마 마음에 새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