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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껏 Jun 17. 2024

잠시 멈췄던 블로그, 거지같이 꾸준히 쓰자!

경력잇는 여자들 <엄청난 가치> 23강_블로그 운영(2)

 왜 블로그를 해야 하는가?


 직장 생활을 할 때 틈틈이 블로그에 글을 써 왔다. 할 때마다 주제도 달라지고 중구난방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나조차도 알 수 없을 때쯤 그냥 일상을 기록이라도 해보자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꾸준히 하나의 주제를 지속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를 명확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제대로 운영해 보지도 못한 채 블로그에 대한 식상함이 쌓여가던 차였다.


 제주도에 내려와서는 일단 모든 것을 멈췄다. 평소 같으면 서울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제주살이 추억들을 어떻게 블로그에 기록할까 고민했을 텐데 그것조차 내려놓았다. 당시 내게는 방향성 없는 기록보다 온전한 휴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가치> 수업 중에 블로그 운영 과정을 듣게 되었을 때 나는 무엇보다도 내가 왜 기록을 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사정상 첫 시간은 듣지 못하고 두 번째 시간부터 함께했다. 지난 시간에는 각자 자신만의 콘텐츠 주제를 고민해 보았다면, 이번 시간에는 자신만의 특성 안에서 콘텐츠가 될 만한 요소들을 함께 추려 보았다. 블로그를 활용하는 목적은 제각각이다. 개인 브랜딩, 사업 홍보, 일상 기록 등 다양한데 선생님은 각자의 흥미와 전문성에 따라 어떻게 블로그 콘셉트를 잡아야 할지 설명해 주셨다. 다른 사람의 사례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내 블로그 운영에 필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다행히 나는 이미 블로그 주제와 카테고리가 어느 정도 확정된 상태로, 크게 바꿀 것은 없었지만 카테고리와 분류를 재조정할 필요성을 느꼈다. 닉네임과 블로그 명칭, 운영 목적, 콘텐츠 성격 등을 분류하는 작업이 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선생님의 두 가지 조언이 크게 와닿았다.



1. '꾸준히'는 매일이 아니다!



 블로그를 해보겠다고 야심 차게 시작할 때 흔히 '1일 1포스팅'이라는 계획을 세운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데 하루에 하나의 콘텐츠를 만드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일기를 매일 쓰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생각을 정리하고 남들이 보기 좋은 모양새를 갖추어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것은 웬만한 시간과 에너지를 갖지 않으면 하기 어렵다. 어떤 콘텐츠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포함해 개수에 집착하기보다 내가 만족할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쪽에 보다 집중해야 한다.  


 다만 꾸준히 올려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이든 한 달에 한 번이든, 기준은 각자의 몫이다. 이렇게 쌓인 나만의 콘텐츠는 자연스레 나란 사람의 브랜드가 된다. 꾸준히 올리는 것이 반드시 매일 게시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내 마음의 병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올린 블로그 글들을 기반으로 다시 시작하면 되기에.



2. 거지같이 쓸 수 있는 특권은 지금뿐이다!


 블로그를 꾸준히 하기 어려운 점 중 하나가, 방문자 수가 아무리 없더라도 블로그를 하다 보면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올라온다. 잘 쓰고 싶은 마음은 생각을 복잡하게 하고 복잡한 생각은 좀체 정리되지 않은 채 글쓰기를 방해한다. '조금 더 잘 써서 다음에 올려야지.' 하는 생각에 미뤄둔 글은 끝끝내 미완성으로 빛을 보지 못하고 만다.


 그럴 때 이 말을 외치자. 거지같이 써라. 선생님은 자신이 초반에 썼던 그저 낙서와 같은 글들을 보여주며, 거지같이 쓰는 것은 초보 블로거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특권이라면 누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작정하고서라도 거지같이 써보기를 훈련하려 한다. 하긴, 지금 브런치 글을 쓸 때도 보는 사람도 없는 마당에 자유롭게나 써 보자는 마음이지 않은가.


 여기에 또 하나, 블로그 수업을 들으며 스스로 메모한 문장 하나를 추가한다.



한 주제에 미쳐라!


 우리는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볼 때 글이 얼마나 엉망인지 사진이 얼마나 볼품없는지 그것을 평가하려는 마음을 먹지는 않는다.(물론 글쓰기나 사진, 그림 블로그처럼 전문 분야는 예외지만) 그 사람이 해당 주제를 통해 알려주고자 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블로거의 진정성을 파악할 수 있다. ''아, 이 사람은 책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이 사람은 여행에 진심이구나'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블로거들은 자신이 꽂힌 분야에 몰입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설렁설렁 흉내만 내어서는 이도저도 안 된다. 진정한 몰입에 빠지면 거지 같은 글도 부끄럽지 않고 꾸준하게 글을 올리는 일도 늘 새로울 것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 제주에 내려오면서 내가 늘 하지만 애매하게 붙잡고만 있던 블로그를 잠시 내려놓았다. 반면 블로그나 글쓰기, 생각 표현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남편은 어느 날 갑자기 제주 일상을 담는다며 블로그를 시작했다. 고향으로 되돌아온 나와 달리 제주 생활이 처음인 남편에게는 이보다 새로운 경험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휴식을 통해 마음속 깊이 숨겨 두었던 표현 욕구가 살아난 것 같아 기뻤다.


 오늘 강의를 들으며 블로그를 보다 체계적으로 즐겁게 운영해 보리라 마음먹었다. 앞으로는 남편과 같이 블로그 기록을 공유할 수 있으니 더욱 풍성한 기록이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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