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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Jun 14. 2016

법외노조 전교조, ‘주홍글씨’로 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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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99년 이래 합법적인 ‘법내노조’였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법외노조’가 되고, 이에 따라 최근 35명의 미복귀 전임자들이 해직을 맞고 있는 일련의 사태가 ‘정치적’인 배경과 이유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전교조는 1999년 합법화 하였다. 이후 정부(노동부)가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내부 규약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최초의 시점은 이명박 정권 시절이던 2010년 3월이었다. 그때까지 11년간 정부는 전교조 규약을 특별히 문제삼지 않았다.     


그 뒤 전교조에 대한 정부(고용노동부)의 조치(규약 시정 요구 및 해직자 배제 요구)는 박근혜 정권 출범 이후인 2013년 9월부터 본격화했다. 2013년 10월 24일, 고용노동부는 전교조가 시정 요구를 불이행했다는 이유로 ‘법상 노조 아님’ 통보를 내렸다. 전교조에 대한 첫 번째 법외노조 통보였다.     


그 사이, 정부의 일련의 조치를 전교조에 대한 ‘정치적 탄압’으로 의심할 만한 ‘사건’이 있었다. 2011년 2월 18일자 ‘(국정원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에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이 “내부 종북 좌파들부터 정리해야 되기 때문에 관계되는 부서하고 지부에서는 거기에 대한 것을 확실하게 대처 좀 해줘야 되겠다”라며 “전교조 자체가 불법적인 노조로 해서 우리가 정리를 좀 해야 될 것 같고, 민노총도 우리가 재작년부터 해서 많은 노동조합들이 탈퇴도 하고 그랬는데 좀 더 강하게 하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경향신문> 2015년 5월 27일 기사, ‘원세훈 “전교조, 불법 노조로 국정원이 정리해야” 2011년 지시’)   

  

민노총(민주노총)은 전교조의 상급 단체다. 원 전 국정원장의 발언은 민노총과 전교조를 ‘불법노조’로 만들려는 작업에 국가정보기관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것이었다. 정부의 전교조 내부 규약 시정명령과 이에 뒤이은 법외노조 통보가 단순한 법률적 문제 차원이 아니라 모종의 정치적 목적과 의도 차원에서 치밀하게 기획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전교조는 2013년 10월 24일 첫 번째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이후 법외노조와 법내노조를 널뛰듯 오갔다. 2016년 1월 21일 서울고등법원이 고용노동부장관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통보처분 취소청구에 기각 판결을 내린 이후 현재 법외노조가 되기까지 4번의 법외노조와 3번의 법내노조 지위를 가졌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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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은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그 핵심 쟁점은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법률적 근거가 된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단결권 침해 여부였다.      


전교조는 교원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초‧중등학교의 재직 중 교원으로 제한하는 <교원노조법> 제2조 규정이 교원노조 및 교원의 단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보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2015년 5월 28일, 헌법재판소(헌재)는 해직 교원에게 교원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하면 해고 효력을 다투는 데 기한의 제한이 없는 우리 법 체계상 쟁송을 남용하거나 개인적 해고의 부당성을 다투는 데 교원노조 활동을 이용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이하 헌재 판결 관련 내용은 ‘2013헌마671’ 참조) 이를 근거로 해고된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는 <교원노조법> 제2조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해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므로 단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 것이다.     


김이수 재판관이 반대의견을 냈다. 김 재판관은 교사라는 직종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조합원 자격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이들의 단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았다. <교원노조법> 제2조의 입법목적이 교원노조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확보하는 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 조항이 다른 행정적 수단과 결합해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가능성도 지적했다.   

  

김 재판관은 정부가 <교원노조법> 제2조를 지극히 형식적으로 해석‧집행함으로써 법외노조 통보라는 가장 극단적인 행정조치를 했다고 하면서 문제의 조항이 교원노조의 자주성과 단결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조항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1995년 이후 국제노동기구(아이엘오, ILO) 및 경제협력개발기구(오이시디, OECD)의 권고 등을 고려하여 교원의 노동3권 보장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점, 이후 1998년 노사정위원회 합의에 따라 1999년 1월 29일 전교조가 설립신고를 마치고 약 15년간 합법적인 노조로 활동해 온 ‘역사적’ 과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정부의 조치가 지나치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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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재판관의 언급은 전교조 법외노조화가 국내 법 질서 체계와 행정 연속성을 정부 스스로 무너뜨리고, 국제 기준과 노동조합의 자주성 원칙 등에 맞지 않는 조치였음을 말해준다.  

    

해직교원의 교원노조 가입 인정은 1998년 노사정위원회 합의사항이었다. 해고자와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처음부터 일정한 사용자와의 종속관계를 조합원의 자격요건으로 하지 않는 노조. 교원노조가 대표적임.) 가입 보장을 합의하면서 해고자‧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을 인정하는 입법이 이루어지면 이에 연동해 교원노조에서도 해고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을 인정하기로 합의했던 것이다.(1998년도 노사정위원회 활동현황 58~59쪽)     


교원노조 조합원의 자격에 관한 일반적인 국제 기준은 정규직 교사 외에 해고자, 은퇴자, 실업자, 대학생 등에게 모두 그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김 재판관이 반대의견의 논거로 쓰고 있는 아이엘오 제87호 ‘결사의 자유’ 원칙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다음과 같다.     


“노동자단체 및 사용자단체는 그들의 규약과 규칙을 작성하고, 완전히 자유롭게 대표를 선출하며, 관리 및 활동을 조직하고, 계획을 수립할 권리를 가진다. 행정기관은 이 권리를 제한하거나 이 권리의 합법적인 행사를 방해하는 어떠한 간섭도 삼가야 한다.”     


아이엘오는 교원노조의 단결권과 자주성을 침해하는 <교원노조법> 제2조와 관련해 수차례 폐지를 권고하는 의견도 냈다. 2002년 제327차 보고서를 통해 “조합원 자격요건의 결정은 노동조합이 그 재량에 따라 규약으로 정할 문제이고, 행정당국은 노동조합의 이러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그 어떠한 개입도 해서는 안 된다”(제327차 보고서, 2002)라고 말했다. 


1997년 제307차 보고서에서는 “조합원이 해고됨으로써 그 자가 자신의 단체 안에서 조합활동을 계속하지 못하도록 함은 반조합적 차별행위의 위험성을 내포하는 것이며, 노동조합 임원이 조합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조합의 유효성을 문제 삼거나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거부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므로, 해당 법 규정을 폐지함으로써 결사의 자유 원칙 위반 상황을 신속하게 종결할 것”(제307차 보고서, 1997)이라고 권고했다.     


교원노조 합법화는 우리나라가 오이시디에 가입하기 위해 내건 ‘약속’이었다. 우리 정부는 1996년 오이시디에 가입하면서 교사와 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 허용 등 2가지를 약속하였다. 1999년의 전교조 합법화도 그 연장성에 있었다.     

 

오이시디 회원국 중 해고교원의 교원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다고 한다. 주요 국가들의 사례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미국에서는 노조설립과 운영 등에서 등록이나 심사를 요하지 않으며, 양대 교원노조[미국교육협회(NEA), 미국교사연합(AFT)]에서 특별히 조합원 자격을 제한하고 있지 않는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교원이 일반 노동자와 동일한 법적 규율을 받는다. 노동조합 결성과 관련하여 교원을 대상으로 한 특별한 제한이 없으며, 그 조합원에 학생이나 퇴직자 등이 가입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실업자의 조합원 자격과 관련하여 직업 수행의 현재성 원칙이 적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일단 한 번 직업을 수행한 적이 있는 자는 이후 그 직업 활동을 그만두더라도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계속해서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독일의 교원노조 조합원 대다수는 초중등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들이다. 그 외에 유아 교사, 교육학적 문제를 연구하는 사회교육자, 어학교육기관이나 연구소, 대학에 이르기까지 교육과 관련한 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 교육관계단체에 소속되어 노무를 제공하는 모두가 교원노조 조합원으로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파트타임 노무 관계에 있거나 이미 교직을 은퇴한 자, 실업 중이거나 아직 대학생인 경우도 교원노조 조합원으로 있다고 한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헌법> 제33조 제1항 자주적인 단결권 규정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단결권의 핵심은 조합원 자격을 노동조합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행정부가 개입해 간섭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는 것이다.  

    

노동조합 결사의 자유, 자주적 단결권 등과 관련되는 아이엘오 협약 87호(결사의 자유 원칙)와 2002년 아이엘오 제327차 보고서 등도 노동조합의 자주성이 절대적인 불가침의 영역임을 방증하는 사례들이다. 노동조합이 국가의 법률이나 정책에 의해서가 아니라 노동자들 스스로 국가와 사용자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발전해 온 역사적 산물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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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는 고용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교조 법외노조화 ‘기획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2016년 2월 1일 대법원 상고와 가처분신청을 해 놓았다. 어떤 결론이 날까. 평소 정치적으로 민감한 법률적 사안에 대해 ‘보수적인’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보이는 대법원의 특성상 전교조에 유리한 결말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전교조는 ‘주홍글씨’로 남을 것인가. 

    

현재 전교조 조합원 수는 6만여 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교원의 15퍼센트 정도다.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의 3분의 1 수준도 안 된다. 그런데 학교 안팎을 보면 교육 분야의 ‘대안 세력’으로서 전교조의 위상을 두루 인정하는 이들이 많다. 정부 교육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조직으로 바라보는 교사들 역시 찾아보기 어렵지 않다.     


법 밖 ‘벼랑’에 내몰린 최근 몇 달 사이 전교조에 가입하는 교사들이 급증하고 있는 점도 아직 전교조의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평소 전교조에 대한 심정적인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탄압’에 의연히 맞서고 있는 전교조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20~30대의 젊은 교사들이 특히 많이 가입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27살 ‘청춘’ 전교조에 희망을 걸어도 되지 않을까. 전교조 법외노조화 사태는 정부의 ‘패배’로 끝날 것이다.


* 전교조 법외노조화 사태 일지, 교원노조 조합원 자격 기준과 관련한 주요 국가 사례는 전교조 내부 참고 자료를 바탕으로 기술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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