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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Apr 03. 2017

'장미 대선'의 1순위 교육 공약은?

'교육 적폐' 청산하는 공약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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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일이 5월 9일로 확정되었다. '장미 대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주요 대선 주자들이 장및빛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아 교육 평등주의와 공공성을 강화하여 교육의 공적 책무성을 높이겠다는 기조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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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론'의 주인공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등학교 의무교육화, 특목고(국제고, 외고)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통한 고교 서열화 체제 해소, 대학입시 간소화(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수능전형 등 3가지로 단순화) 방안들을 주요 공약으로 내놓았다.


초·중등교육을 시·도교육청에 완전히 넘기고, 학교 단위 자치기구를 제도화하는 등의 교육분권 공약도 제시했다. 진작부터 폐지 의견이 나왔던 교육부는 존치하면서 대통령직속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하는 식으로 교육정책 결정과 집행 단위 개혁안을 내놓았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고등학교 학비 면제와 방과후학교 제도 개선을 통해 공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을 축소해 입시제도를 간소화하겠다고 했다. 지방 국공립대를 대상으로 한 무상 등록금 지원 방안을 통해 이들 대학을 지방 인재 육성의 요람으로 만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공정교육'과 '교육대통령'이라는 열쇳말로 공정사회 건설을 위한 공평한 교육 기회 확대 의지를 표명했다. 고교무상교육, 자사고 등 특권학교 폐지, 공립유치원과 공립어린이집 확대 등을 통해 공정한 교육기회 보장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이 시장의 교육 공약 중 다른 주자와 차별되면서 눈길을 잡아 끄는 것이 사학과 관련한 것이다. 고질적인 사학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처벌 규정을 명문화하고, 비리 사학이 교육현장에 복귀할 수 없게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대선 주요 후보군 안에서 가장 '혁신적인' 교육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이는 주자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다. 교육 시스템의 근간인 학제를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현행 학제를, 아이들이 만 5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학교교육과정을 이수하는 '5(초등)·5(중등)·2(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 학제로 바꾸겠다고 했다. 교육정책 결정과 집행의 독립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교육부를 폐지하고 독립적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하는 안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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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공약이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의 현재와 미래에 의미있는 파문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적폐 청산을 외친 '탄핵 촛불'의 간절한 염원을 고려할 때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기 힘들 것 같다. '발본적'인 차원에서 현행 교육 시스템의 한계와 문제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종합하여 준비한 공약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책 공약들이 전체적으로 대증요법에 가까워 해방 후 70년 동안 쌓여 온 교육적폐의 근원을 파헤치기 힘들다. 어떻게 해야 할까.


교육의 본질에 관한 철학과 이념의 문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령 문 전 대표와 이 시장 캠프에서 고교 교육을 국가가 책임짐으로써 구현하려는 교육 목표를 얼마나 철저하게 따져 보았는지 묻고 싶다. 지방 국공립대 지원을 통한 인재 육성과 학제 개편을 내세운 안 지사와 안 전 대표가 어떤 교육과 인간상을 바라고 있는지 궁금하다.


의무교육 확대를 통한 교육기회 보장이나 공정교육을 위한 시스템 확립 자체가 교육정책의 최종 목표여서는 안 된다. 기회가 보장되어 있음에도 기회를 누리기 힘든 학부모, 이런저런 이유로 공정교육 시스템에서 뒤처지는 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사람들이 메리토크라시(meritocracy; 능력지상주의)에 강하게 묶여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려할 때, 교육의 공적 책무성 강화가 메리토크라시를 일방적으로 정당화하는 기제로 사용될 수도 있음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거시적인 교육 시스템에 대한 성찰이 더 깊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은 경쟁에 터 잡은 실적제일주의와 성과주의, 신자유주의적인 다양화·자율화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굴러가고 있다. 교육이, 국가와 사회에 종속되어 그를 위해 복무하는 수단이라고 간주하는 관점이 넓게 퍼져 있다. 학교와 교사의 성과 평가에 따른 차별적인 지원,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에 기반한 학교 선택 담론이 그 연장선에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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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정치 선거에서 후보들이 가장 만만하게 다루는 것이 교육공약이다. 비용 대비 선전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입시 정책이나 학교 제도는 법령을 살짝 바꾸는 수준만으로 학교 현장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자율학교 제도나 고교 다양화 정책은 중·고교 학교교육 시스템에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정권 교체기 때마다 입시 정책이 바뀌면서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즉효약처럼 활용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적폐 청산'이 시대의 화두가 되고 있다. 교육 부문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주요 교육공약으로 나온 의무·무상교육 확대, 입시 제도 개편, 대학 지원 체제 개선 등 교육의 공공성과 국가 책무성 강화 기조는 크게 보아 그르지 않다. 다만 이들 공약이 광복 후 70년 동안 쌓여 온 교육 적폐를 해소하는 데 일조할 수 있으려면 '교육백년지대계'라는 거시적인 틀 안에서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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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서 주목되는 것이 국가교육위원회다. 지난 1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조사 결과 '교육정책은 교육부가 아닌 정치적 중립기구에서 연속성 있게 추진'(37.3%)하자는 의견이 가장 높게 나왔다. 독립적인 국가기구로서 국가교육위원회와 같은 조직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강하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온도차가 없지 않지만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대선 주자들의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 것 같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교육회의 신설 공약을 내놓는 것으로 후퇴하긴 했지만, 지난 1월까지만 해도 독립적 국가기구인 국가교육위원회를 세우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을 가장 앞장서서 주장하고 있는 대선 주자는 안 전 대표다. 교육부를 폐지하는 대신 국가교육위원회와 이를 지원하는 교육지원처 구조로 바꾸자는 게 핵심이다. 국가교육위원회에는 각 교육주체와 행정관료, 교육전문가가 참여한다. 여기서 교육정책을 내놓으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10년 단위 장기 계획으로 이를 추진해 정치적 변동기에도 정책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게 안 전 대표 측의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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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위원회의 성패는 정권의 입김이나 단기적인 정치 논리로부터 벗어나 교육 본질에 충실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 핀란드가 1960년대부터 국가교육위원회 주도 아래 30여 년간 지속적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함으로써 세계적인 교육입국의 반열에 오른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1970년대 말까지 핀란드에는 국가교육청과 지방정부 교육국이 주도하는 엄격한 장학과 감사가 존재했다. 장학과 감사 시스템은 교육부나 교육청이 단위 학교에 지침을 하달한 뒤 그 이행 실태를 점검하고 평가하는 톱 다운 방식이 기본이다. 국가 주도, 중앙집권, 관료들의 감독과 지시가 기조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 운영이 이와 비슷하다.


이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핀란드에서는 1972년부터 1991년까지 에르끼 아호 국가교육청장이 교육개혁을 이끌게 함으로써 정책 추진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했다. 그 시기 동안 민주적인 소통과 신뢰, 자율에 기반한 자치를 교육정책과 교육행정의 기준이나 학교운영의 핵심 원리로 원용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사실은 교육의 제일 주체인 교사들이 30년간 이어진 교육개혁의 계획과 실행 단계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점이다. 새로운 교육 내용을 구성하고 학교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여러 문제들을 교육개혁의 핵심 당사자라 할 수 있는 교사들의 전문성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해소하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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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요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교육공약을 결정하는 데 교육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교사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알 수 없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교사들 사이에서 폐지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성과급제도에 대해 언급한 대선 주자를 찾아볼 수 없다. 경쟁 중심의 성과주의나 실적주의에 따라 굴러가는 현행 교육 시스템의 운영 기조를 근본적으로 돌아보겠다는 말이 들리지 않으니 당연한 일인가.


교육이 당대 현실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교육 자체가 본질적으로 보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어느 정도는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갈수록 불평등이 심해지고 기득권 체제가 강화되고 있는 현실을 바꾸는 데 교육이 일정한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교육이 우리 모두의 희망을 담보해 주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교육 적폐를 발본색원할 수 있는 교육공약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 제목 커버의 배경 사진은 이미지 무료 제공 사이트 'pixabay.com'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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