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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Mar 30. 2017

아이 담임이 전교조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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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 담임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가입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20대 후반의 젊은 선생님이시다. 비슷한 또래의 같은 학년 동료 교사도 함께 가입했다고 한다. 전교조 ‘선배 교사’로서 가슴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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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육과정설명회가 있었다. 교실에서 학부모들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내가 전교조 소속 교사라는 사실을 말씀드렸다.


전교조가 ‘만능’이라거나 ‘최선’의 조직이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교육 현장 적폐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문제제기를 하는 조직이라는 것, 그런 문제를 고쳐 나가는 데 적어도 외면하거나 남에게 미루려고 하지 않는 조직이어서 가입했다고 했다. 다행히 부모님들 모두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전교조가 많은 문제와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해묵은 정파 문제와 이에 따른 의사결정 구조의 편재성과 비평형성, 경직된 ‘투쟁 언어’ 중심의 내부 문화, 과도한 이념중심주의, 활동가 집단의 고령화와 기층 단위인 분회 조직의 파편화 등등 크고 작은 문제들이 전교조의 현재와 미래를 옥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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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조합원은 6만 명이 조금 못 된다. 우리나라 전체 교원 수가 40만 명이 넘으니 전체 대비 15퍼센트 정도다. 일반 기업 노조의 조직률이 10퍼센트 초반대에 머물러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라고 해야 하나.


이른바 교육 '선진국'들의 교원노조 조직률은 80퍼센트 대를 훌쩍 넘는다. 핀란드 같은 나라에서는 교장노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자는 사용자에 비해 상대적 약자 위치에 있다. 노조 없이 뿔뿔이 흩어져 살아가는 노동자들은 자본주의라는 거대 기계를 움직이는, 그러다 노후화하면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부품'이나 마찬가지다.  노조를 중심으로 결집하여 연대하여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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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을 떠나기 전에 전교조를 포함한 노동조합 가입 교사들 비중이 교육 선진국 수준에 이를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나는 아주 기꺼운 마음으로 전교조를 탈퇴해버릴 것이다!


아직은 아니다. 전교조 교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28년 전 새내기 전교조가 그랬던 것처럼, 청년 전교조가 새로운 ‘교육운동’의 바람을 기세 좋게 몰고왔으면 좋겠다. 성과주의와 관료주의와 패거리주의 문화가 지배하는 학교 현장의 갖가지 적폐를 청산하는 데 전교조가 작은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전교조 교사들 자신이 ‘탄핵 촛불’과 같이 밖에서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에 휩쓸려 사라질 조직의 구성원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 성찰하고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그 내부에 청산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적폐가 쌓여 있지 않은지 냉철하게 돌아보아야겠다.


큰아이 담임 교사가 전교조 ‘후배 교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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