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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Jan 16. 2018

교장에게 ‘자격증’이 필요한가

정부의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정책을 환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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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이 교장 공모제 전면 확대를 표방한 정부를 향해 ‘대정부 투쟁’을 외치고 있다. 교장 공모제가 ‘무자격 교장’을 양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가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교장 공모제가 특별한 표적이 되어 있다. 교총 비판의 핵심이 ‘무자격 교장’이 아니라 ‘무자격증 교장’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교장직을 수행하는 이에게 교장 자격증을 요구하는 국가가 있을까.     


교장 역할이 우리와 가장 비슷한 교육 시스템을 갖는 일본에서는 교사자격증과 5년 이상의 경력만 있으면 된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역시 교사자격증과 3~5년 정도의 교사경력만 있으면 된다. 영국은 국립교장연수원 프로그램 이수자에게 교장 자격 요건이 주어진다. 이들 중 자격증제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우리나라의 현행 교장 승진제도는 근무평정과 연구‧연수평정과 가산점, 경력 들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점수제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교장이 승진 경로에 들어서는 교사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관료적 통제 시스템이자, 교사가 교육 본연의 일인 수업에서 멀어질수록 높은 점수를 얻어 승진할 수 있는 비교육적인 시스템이다. 진정한 교장 자격에 걸맞은 교직 전문성을 키우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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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자격의 핵심 요건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다수의 외국 교장제를 참조할 때 교육 주체들 사이를 매개하고 중재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 등이 필요하다. 학교 내 구성원들이 자치와 자율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수평적 리더십을 갖추어야 한다.     


승진 점수를 기반으로 유지되는 현재의 교장 선발 제도로는 검증하기 어려운 요소들이다. 법적 뒷받침을 받으면서 이미 일부 학교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교장 공모제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침 교육부가 내부형 교장 공모제의 제한 규정(신청 학교의 15퍼센트만 운영)을 없애기로 한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장 공모제는 2007년부터 시작되었다. 응모 자격을 기준으로 교육계 외부 인사에게 교장직을 허용하는 개방형, 교장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초빙형, 15년 이상 교직 경력만 있으면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이 있다. 교장 자격증 소지 여부나 연공 서열보다 교육자로서의 자질이나 역량을 평가해 선발함으로써 공교육 혁신을 이뤄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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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도입 초기 교장 공모제의 효과를 분석한 일련의 보고서들은 한결같이 공모 교장들의 직무 수행력을 높게 평가했다. 나민주 충북대학교 교수가 2009년 당시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 의뢰로 작성한 ‘교장공모제의 공모교장 직무수행에 대한 효과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임명제 교장보다 공모제 교장의 직무 수행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교과부 의뢰로 충북대학교 지방교육발전센터가 작성한 ‘교장공모제 학교의 효과 분석’도 마찬가지였다. 내부형(85.1), 개방형(83.5), 초빙형(81.7)의 순서로 직무수행 점수가 높게 나왔다. 평교사 출신 내부형 공모제 교장의 직무수행 만족도가 높다는 분석도 있었다.    

 

2010년 한국교육개발원이 낸 ‘교장공모제 성과 분석 및 세부 시행 모형 개선 연구(연구책임자 김갑성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 의뢰로 진행한 ‘교장공모제 현황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연구책임자 김이경 중앙대 교수) 역시 일관되게 공모제 교장이 있는 학교의 우월성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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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공모제는 이주호 한나라당 의원이 2005년에 대표 발의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에 터를 잡고 있다. 이 개정안에는 “과열된 승진경쟁을 완화하고 교장자격증을 가지지 아니한 교원이라도 교장공모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한다”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다. 교장 자격증 소지 유무와 무관하게 평교사라면 누구나 교장 공모에 지원할 수 있었다.     


10년 역사를 넘어선 교장 공모제는 허울만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교장 자격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는 초빙형이 공모 교장의 대다수를 점하면서 끼리끼리 나눠먹기, 담합 의혹 등의 비판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잔여 재직 연수가 오래 남은 ‘젊은’ 교장들의 임기 연장 수단으로도 악용되고 있다. 현행 법률상 교장직은 4년 중임이 가능하다. 임기를 모두 채우면 8년이다. 그런데 이 8년에 교장 공모제에 따른 임기가 제외된다. 퇴임까지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남은 젊은 교장들이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교장 공모제의 이면에는 이명박근혜 정권 내내 큰 문제가 되었던(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의 ‘과잉 시행령 통치’ 문제가 깔려 있다. 2014년 4월 30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의 교장 공모학교 비율(15퍼센트)을 대통령령으로 제한하는 것이 교장 공모제 입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률 해석을 내놓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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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총은 정부의 이번 교장 공모제 확대 정책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내부형 공모제가 ‘무자격 교장’을 양산하는 ‘나쁜 정책’이라는 식으로 교장 자격증 제도의 필요성을 강변하고 있다.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기 위해 근무평정과 연구‧연수 평정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교직 전문성이 신장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수점 세 자리까지 점수 경쟁을 벌여 승진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어떤 교직 전문성을 키우는지 알기 어렵다. 우리는 교사가 승진 경로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수업과 학생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게 교직 사회의 불문율처럼 통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6개월짜리 교장 연수를 받으면 주어지는 교장 ‘자격증’이 교장 ‘자격’을 보증하는 것처럼 보는 관점도 우습다. 이는 교육감 자격증이 있어야 교육감 자격이 있고, 병원장 자격증이 있어야 탁월한 의학 전문성과 원장 자격이 있다는 것과 같은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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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행 교장 승진제도가 교육적폐의 제1 순위 제도라고 생각한다. 교장제도의 혁파만으로 학교교육의 혁신, 특히 학교 자치와 학교민주주의의 일대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본다. 교장 공모제가 전면적으로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다.


헌신적이고 능력 있는 평교사들을 ‘승진’과 ‘점수’의 노예로 만드는 현재의 획일적인 교장 승진제도로는 학교교육의 다양성도 확보하기 힘들다. 교장 공모제를 전면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 교장선출보직제를 도입함으로써 학교자치와 학교민주주의에 기반한 학교교육 생태계의 저변을 넓히는 일이 우리 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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