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교육부 업무 보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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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19쪽짜리 ‘2019 교육부 업무 보고’를 보고 있다.
공문서 특유의 개조식 문장이 주는 무미건조함과 지리멸렬함이 눈을 찌른다. 나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이토록 자국어 문법을 능멸하는 문체로 공문서를 작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 국적 불명 문체의 문서가 대통령에게 보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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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2월 11일 자로 교육부에서 나온 보고서 제목은 다음과 같다.
“모두를 포용하는 사회, 미래를 열어가는 교육”
나는 ‘포용’과 ‘미래’ 같은 아름다운 단어가 들어간 보고서 제목을 보면서도 기대감이 생기지 않는다. 포용을 말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극심하게 분열된 우리 사회 구조와, 당장의 생존을 위해 허우적거리며 사느라 먼 미래를 내다보는 여유와 통찰을 갖지 못하는 우리 모두의 내면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나는 더 직설적으로 교육부가 대통령 보고용으로 내놓은 저 보고서가 모순 덩어리라고 단언하고 싶다. 요령부득 문체로 뒤범벅된 보고서는 포용을 말하면서 배제와 분리를 선동하고, 미래를 말하면서 눈앞 현실을 핑계처럼 들먹인다. 기실 저 제목은 이렇게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교사를 뺀) 모두를 포용하는 사회, (불안한) 미래를 (핑계 삼아 현재를) 열어가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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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2019년 주요업무 추진 계획에 평등한 출발선을 보장하고, 고졸 취업을 활성화하며, 학생 중심 학교 교육 혁신을 통해 사람 중심 미래교육을 실현하겠다는 내용을 새겨 두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서라고 한다.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교육을 만들겠다며 교육부 혁신, 비리 엄정 대응 및 근절, 교육 현장 혁신도 들었다.
나는 ‘혁신’이 들어가는 대목 2곳에 눈길을 주었다. ‘학교 교육 혁신’, ‘교육 현장 혁신’이다. 학생 중심 미래형 학교 공간 혁신을 하겠단다. ‘친교’, ‘놀이’, ‘창의’, ‘감성’ 같은 온갖 화려한 단어들이 박혀 있다. 그러면서 정책 연구 결과에 따라 전국 표준 모델을 만들겠다고 한다. 붕어빵 학교 공간 혁신을 하겠다는 말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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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 혁신 대목을 본다. 학교 구성원 참여 확대를 통해 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학교 구성원의 학내 의사결정 참여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학부모회와 학생회 제도화가 맨 앞자리에 박혀 있다. 학생회는 <초‧중등교육법> 개정 추진을 통한 법제화로, 학부모회는 조례 제정 확산 지원 등으로 그 제도화를 이끈다고 한다. 교육부에서 ‘추진’하지 않고 ‘지원’하지 않으면 그만인 일들이다.
놀랍다. 교육 3주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교사 중심의 교직원회나 교사회 제도화 계획이 아예 없다. 다행스럽게도 “교직원회의 민주적 운영”을 넣어 주었다. 고마운 일이지만 교육부에서 말하는 “교직원회의 민주적 운영”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 교육부는 학교에서 “교직원회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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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올해 업무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아쉬운 점 중 하나로 현장 수용성 부족을 들었다. 저 업무 보고서에 집어 넣은 추진 계획들은 현장 수용의 결과일까.
과문한 탓이겠지만, 나는 학생회와 학부모회 법제화를 줄기차게 요구한 학생 단체와 학부모 단체의 존재나 움직임을 별로 보거나 듣지 못했다. 기껏해야 학교 민주주의를 꾸준히 외쳐 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서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 법제화를 일관되게 강조한 것이 전부다. 교육부가 전교조 말을 들은 것일까. 그렇다면 왜 교사회(교직원회) 법제화는 제외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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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육부에서 말하는 “모두를 포용하는 사회”에서 ‘교사’가 배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겠다. 학교 ‘주인’은 학생이고, 학생 ‘주인’은 학부모이니 그들 두 ‘주인’만 믿고 달리겠다는 교육부의 깊은 속내를 이제야 이해하겠다. 그러고 보니 내가 속해 있는 전교조가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정부에게 계속 패싱 당하고, 강자니 뭐니 하며 끝없이 견제를 받은 이유도 이제야 조금 깨달을 수 있겠다.
45만여 명의 교원 집단을 이렇게 화끈하게 대상화하면서 “모두를 포용하는 사회 미래를 열어가는 교육”을 말하는 용기는 어디에서 나올까. 정말 대단한 정부다. 나는 당신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미래’와 ‘신뢰’가, 이들 45만여 명의 교원을 배제한 토대 위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