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다 타츠루의 《완벽하지 않을 용기》는 교육자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저자의 메시지 때문에 용기를 얻게 되는 책이다. 국내에 번역된 그의 전작들에도 이와 비슷한 역설의 메시지들이 담겨 있다. 스승이 되지 않으려 할 때 진짜 스승이 될 수 있다(《스승은 있다》). 기교와 힘을 삭제한 머리와 손에서 좋은 생각과 글이 생겨난다(《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우치다 타츠루는 일본을 대표하는 비판적 지성으로 평가받는다. ‘배움의 공동체’를 주창한 사토 마나부와 더불어 국내에 널리 알려진 일본의 교육자이자 교육비평가다. 이들이 일본(교육)의 현재와 미래를 매우 비판적으로, 심지어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일본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일본 작가의 메시지가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책에 실린 글들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에서 행한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전체 구성은 연차에 따라 모두 다섯 꼭지로 이루어져 있다. “어른이 없는 사회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 “교육은 실패라는 말을 허용하지 않는다”, “동아시아의 평화와 교육”, “우치다식 공생의 필살기”, “교사단의 관점에서 교육 낯설게 보기”, “미래교육,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교육과 계급: 이‧생‧망 동지들에게”, “어른을 찾습니다” 등이 각 꼭지를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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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는 ‘어른’(교육 사태에서라면 ‘스승’이라고 표현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을 강조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집이나 동네에서 다양한 모습의 어른들을 보면서 성장했던 과거의 농경사회적인 문화 풍경을 회고하고, 그 의의를 설명한다. 그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제 성장만 바라면서 나타난 ‘아버지의 몰락’이나 ‘가족 해체’가 어른의 소멸 현상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어떤 어른이어야 할까. “정답이 없다”가 그의 답이다.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모든 어른, 모든 교사가 아이들의 성장이나 성숙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들 같은 이야기를 하면 아이는 절대 성장할 수 없”(33쪽)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교사가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한다면 아이는 절대 성장할 수 없습니다. 학교 선생님의 역할이란 본래 어머니나 아버지와 전혀 다른 말을 아이에게 해주는 것입니다. 결코 똑같이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똑같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역할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이게 완전히 역전되어 있습니다.(32쪽)
나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는 아이를 부모처럼 대하는 교사, 따뜻하고 다정하게 감싸 안는 교사가 훌륭하다고 말한다. 원칙적으로 교사에게 그런 면이 있어야 하고, 실제 현실에서 아이들을 그렇게 대하는 일이 도움을 주는 상황들도 있다.
그러나 부모와 똑같은 교사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아이들이 성장이나 성숙을 향한 낯선 경험을 하기는 어렵다. 모든 교사가 아이들에게 무조건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는 학교가 있다고 해도, 나는 그곳에 우리 집 아이들을 보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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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곳곳에는 사상가로서의 우치다의 풍모가 드러나는 깊은 사유의 결과가 실려 있다.
‘공교육’이라는 말 자체가 동어반복이라는 저자의 말을 통해 우리는 오늘날 사적 욕망 실현을 위한 수단처럼 전락해 버린 교육의 본질적 의미를 찬찬히 음미하게 된다. 교육의 본질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공적 측면을 고려하면서 생각하면, 사교육이나 가정교육 같은 것들도 새롭게 바라볼 여지가 생기지 않을까.
교사단(teacher faculty)의 관점에서 복수의 교원이 하나의 ‘교사’가 된다는 언설도 눈길을 끈다. 교사들은 ‘달걀상자’(댄 로티가 《미국의 교직사회》에서 교사 각자가 고립되고 단절된 채 굴러가는 교직사회를 비유하며 쓴 말) 같은 각자의 교실에 갇혀 좌절하고 절망한다. 그러나 색깔이 서로 다른 교육철학과 교육방법을 가진 교사들, 기대하고 명령하고 지시하는 내용이나 방식이 다른 교사들 아래서 아이들이 성장한다. “좋은 교사라는 말은 사람이 아니라 상황”이라는 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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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이슈가 부상하면 ‘교사 까기’가 전국민적인 놀이처럼 펼쳐지곤 한다. 나는 교육의 공적 본질을 깊이 생각하지 않는 교사들, 공교육 체제의 본분을 망각하고 갈수록 입시 기관화의 길을 넓히는 학교 현실 들이 교육을 타락시키고 교사를 폄훼하는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조장한다고 생각한다. 단언컨대 그런 사회의 미래는 없다. 우치다 타츠루의 이 책이 교육의 본질적 측면을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성찰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0 우치다 타츠루 씀, 박동수 옮김(2020), 《완벽하지 않을 용기》, 에듀니티, 1만 5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