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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May 15. 2020

교육개혁, 무엇이 어렵게 하는가

파시 살베리 외 지음(2020), 《21세기 교육의 7가지 쟁점》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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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교육의 7가지 쟁점”. 우리 시대 교육에 관한 관심이 있는 이라면 단연 눈길을 줄 만한 화제다. 이 화제를 그대로 제목으로 단 《21세기 교육의 7가지 쟁점》은 교육개혁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파시 살베리가 중심이 된 3명의 주요 공저자와 하버드 교육대학원생들이 함께 모여 교육변화에 뒤따르는 난제들을 논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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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2015년에 나왔지만 책에 담긴 문제의식은 5년이 지난 지금도 시의적절하다. 공저자들이 다루는 다음과 같은 쟁점들을 보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도 매우 크다고 하겠다.


(1) 학부모에게 학교 선택권을 주면 모두를 위한 교육을 개선할 수 있는가?
(2) 표준화시험의 문제점에 대한 올바른 답은 무엇인가?
(3) 교사의 자격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4) 교원노조는 여전히 필요한가?
(5) 학교가 기술을 도입하면 더 똑똑해질 수 있는가?
(6) 학교는 학생들을 미래 직업세계에 제대로 준비시킬 수 있는가?
(7) 고등교육이 거래적 성격을 가져도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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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선택권’ 문제는 모든 교육개혁의 처음과 끝에 자리 잡고 있는 난제 중 난제다. 표준화시험은 교육개혁의 성과 측정 문제와 연관되면서 갈수록 뜨거운 이슈의 중심에 서곤 한다. (3)~(7)은 근대적인 학교교육이 도입된 이후 꾸준히 이어진 전통적인 쟁점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현재와 미래의 교육개혁 과정에서 다루기 힘든

복병처럼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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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촌평이 조금 억지스럽게 들릴 수 있다. 그렇다는 것은, (1)~(7)이 구체적으로 21세기 교육의 어떤 측면과 어느 정도로 연결되는지가 책에서 명료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교육변화에 관한 7가지 쟁점”이라는 언명 외에 구체적인 근거를 찾기 힘들다. 사실 교육 분야의 쟁점이나 이슈는 한 사회(국가)의 정치사회적 환경, 문화, 역사, 사람들의 의식과 태도 등과 맞물리면서 매우 다양한 양상을 띤다.


한편 이들 7가지 논제 각각은 그 자체에 대한 분석과 고찰만으로도 책 한 권 분량이 모자랄 정도로 각 논제들의 밑바탕에 세부 쟁점 사항들이 가득 담겨 있다. 이러한 지적을 하는 까닭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이 책은 200쪽이 조금 넘는다. 그런데 이렇게 적은 분량으로 위의 모든 논제를 과연 얼마나 알차고 조리 있게 살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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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품은 이런 의구심은 어느 정도 정당해 보인다. 각 쟁점들의 핵심은 (장에 따라 정도 차이는 있지만) 주마간산 격으로 묘사된다. 공저자들(교육대학원생들 포함)은 관련 문헌 조사, 학술지와 대중지 분석, 전문가‧학자 면담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쟁점들 각각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데는 뚜렷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교원노조는 여전히 필요한가?” 장을 보자. 여기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직접적으로 파고드는 정공법이 아니라 미국, 핀란드, 네팔 세 곳에만 국한해 이들 국가의 교원노조 현황과 움직임을 설명하는 식의 우회술을 쓴다. 정공법과 우회술은 각기 장단점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저런 직설적인 질문을 받으면 직설적인 답변을 내 놓기를 바란다. 정공법을 쓸 때 답변이 더 확실하게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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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몇 가지 아쉬움을 가볍게 무시하고 평가한다면, 이 책은 제목에 걸맞게 당대 교육의 뜨거운 쟁점 지점과, 이를 둘러싼 논란이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를 독자들에게 분명히 보여준다. 독자로 하여금 각 쟁점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돌아보게 하면서 우리 교육의 문제도 찬찬히 살펴보게 한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우리나라 교육개혁의 목표, 과정, 방향 등의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 읽어 볼 만하다.



* 파시 살베리, 조너선 하사크, 바네사 로드리게즈 외 지음(2020), 《21세기 교육의 7가지 쟁점》, 교육을바꾸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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