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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균 May 22. 2020

잡설

1


어제, 등 근육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과 기준을 담은 사진 한 장을 우연히 보고 난리법석을 좀 떨었다. 꺾은 두 팔을 등 뒤쪽으로 돌려 위아래로 향하게 하고, 머리를 이쪽 저쪽으로 돌리며 팔의 운신을 돕고, 어깨 관절과 등 근육을 조절해 가면서 손가락과 손가락을 맞잡게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처음에는 50대도 되지 않겠다 싶었다. 힘과 방향을 섬세하게 조율하면서 몇 번 더 낑낑대자 40대가 되었다. 실망스러웠던 것은 두 팔을 머리 왼쪽과 오른쪽 방향에서 맞잡을 때 차이가 났다는 점이었다. 왼쪽으로 넘겨 잡을 때는 40대 후반, 오른쪽으로 잡을 때는 40대 초반쯤 되지 않을까 싶다.


2


관절을 평소 경험하지 못한 방향으로 회전시키고, 팔과 등 근육에 크고 작은 힘을 가해 조절하면서 팔을 잡으려고 시도한 결과는 묵직하면서도 기분 좋은 근육 통증으로 나타났다. 저녁 식사 후 몸과 마음이 풀어지자 몸 곳곳에서 낯선 신호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나는 조용히 한쪽 방으로 들어가 초저녁잠을 청했다. 깨어나 시계를 보니 자정이 가까운 시각이었다.  새벽녘까지 글 문장 수개를 살피고, 오래된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낯선 경험 속에서 움직인 근육들의 힘 덕분이었을까. 몸과 마음이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3


사람은 어떤 대상에 대한 생각을 과거와 다른 관점에서 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경험을 하면서 성장한다. 익숙한 것, 반복적인 일에서 이탈해 새로운 시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여행이 우리 삶을 깊고 윤택하게 하는 까닭도 이런 데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쓰지 않은 근육을 쓰면 그곳에 있는 세포들이 아우성을 친다. 우리는 그런 세포들의 아우성이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 주리라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낯선 통증이 주는 불편함이나 힘듦을 조용히 감수한다. 몸을 건강하게 하는 원리나 방법은 복잡하지 않다.


4


교육과 학교를 보는 관점, 수업 방식, 업무 수행에 임하는 태도, 대인관계, 책 읽기와 글쓰기, 평소 세상과 사회를 대하는 자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모든 것에 ‘정답’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아무 말, 아무 일 잔치를 벌이자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세상의 이쪽 저쪽과 이 모양 저 모양을 요리조리 살피면서 살자는 것이다. 나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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