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은균 Aug 01. 2016

당신이 속한 조직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가

‘권력 간격 지수’와 ‘문화’의 중요성

1    


1960~1970년대 네덜란드 사회심리학자 기어트 홉스테드(Geert Hofstede)가 아이비엠(IBM) 유럽 본사의 인적자원 담당부서에서 의뢰한 연구를 진행했다. 전 세계 사람들을 상대로 문제 해결 방식, 협업 방식, 상급자에 대한 태도에 대해 인터뷰했다. 홉스테드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홉스테드 차원들(Hofstede Dimensions)’이라는 개념[아래 이와 관련된 내용은 말콤 글래드웰(2009), <아웃라이어>, 김영사, 208~247쪽을 참조함.]을 만들어냈다.     


세 가지다. 개인이 집단보다 개인 스스로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구별되는 ‘개인주의-집단주의 척도(individualism-collectivism scale)’, 애매한 것이 얼마나 받아들여지는가에 따르는 ‘불확실성 회피(uncertainty avoidance)’가 있다.     


개인주의-집단주의 척도에 따라 개인주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나라는 미국이었다. 반대편에는 과테말라가 있었다. 불확실성 회피 지수에서 상위 5개국은 그리스, 포르투갈, 과테말라, 우루과이, 벨기에였다. 하위 5개국은 홍콩, 스웨덴, 덴마크, 자메이카, 싱가포르였다.    


세 번째는 홉스테드 차원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권력 간격 지수(Power Distance Index, PDI)’다. 권력 간격 지수는 특정 문화가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지 나타낸다. 홉스테드가 권력 간격 지수를 조사하는 데 활용한 질문들은 다음과 같았다.    


직원들이 관리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두려움 때문에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
나이 많은 사람이 얼마나 존중받고 또한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가?
권력층이 특권층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가?

   

홉스테드는 자신의 저서 <문화의 결과>에서 “권력은 그것을 가진 사람이 부끄러워하고 은밀하게 행사해야 할 그 무엇”(말콤 글래드웰, 위의 책, 237쪽에서 재인용)이라고 정의했다. 그가 묘사한, PDI가 낮은 나라들의 정치 지도자들이 보여주는 소탈한 모습들이 여기에 부합한다.    

 

오스트리아의 수상 브루노 크레이스키는 종종 전차를 타고 출근하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홉스테드는 1974년에 네덜란드 수상 욥 덴 윌이 포르투갈에서 캠핑카를 타고 캠핑장에서 쉬고 있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한다.    


2    


모든 개인은 각자의 고유한 인격을 갖는다. 홉스테드의 연구는 이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각자가 성장해 온 공동체의 문화적 환경의 영향과 힘이 가져오는 차이가 크다는 점에 주목했다.     


홉스테드의 발견은 항공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여객기 사고를 예방하는 데는 조종실 안에서 완곡어법을 추방하고 협동심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조종실의 PDI를 낮추어야 한다. 홉스테드는 부기장들이 자기 의견을 드러내는 것은 그가 자라온 문화의 PDI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그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돌아보게 할 수 있었다.    


홉스테드의 논지를 빌려 말해보면, PDI가 높은 나라에서는 조종실 내 부기장들처럼 하급자들 사이에 일종의 ‘침묵의 카드텔’이 형성된다.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하급자들은 침묵을 지킨 채 상급자들이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란다. 그들 중 누구도 대안을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전 세계 조종사들의 PDI 수준은 어느 정도였을까. 헬름라이히와 애슐레이 메리트가 측정한 결과 1위가 브라질, 2위는 한국이었다. 3~5위는 모로코, 멕시코, 필리핀이었다. 놀라운 사실은 국가별 비행기 추락 사고 발생 빈도가 이들 순위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는 점이다. 조종사들의 PDI가 가장 낮은 다섯 나라 목록은 미국, 아일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였다고 한다.    


3    


PDI 지수가 항공기 조종실에서만 위력을 발휘하지는 않을 것이다. 권력이 있는 모든 곳, 상급자와 하급자가 함께 살아가는 공간에서는 끊임없이 ‘판단’과 ‘결정’이 내려진다. 그러한 판단과 결정의 적용 결과가 조직의 구성원 모두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PDI 여하에 따라 삶의 색깔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당신은 어떤 공간에서 살아가는가.    


* 제목 커버의 배경 이미지 속 인물은 말콤 글래드웰이다. 다음 백과(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33XXXX437589)에서 빌려왔다.

작가의 이전글 ‘실력자’의 ‘실력’은 온전히 그의 것이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