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찜

“고립을 견디는 힘”

우치다 타츠루의 《용기론》(RHK, 2025)를 읽고

by 정은균

1


《용기론》은 ‘동아시아적 성숙’의 하나로서 ‘용기’를 다룬 책이다. 우치다 타츠루 특유의 전방위적 사고방식과 개성적인 문체가 유감없이 드러나는 신작이다. 지지부진하고 무기력한 일상에 변화의 힘을 가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일독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동아시아적 성숙은 유교적 사고방식을 구체적이면서도 한정적으로 표현한 용어이다. 동아시아적인 의미에서 성숙한다는 것은 동아시아적 어른이 된다는 의미이다. 타츠루는 사제 관계를 통해 연속적으로 자기 쇄신을 하며 하루하루 다른 사람으로 변모해 가는 것을 동아시아의 전형적인 성숙 모델로 규정한다. 《용기론》은 이러한 유교적 사고방식에 따른 동아시아적 성숙의 한 조건으로서 용기를 고찰한다.


2


용기는 두려움이나 무서움에 맞설 때 필요한 힘이다. 무엇이 우리를 두렵고 무섭게 하는가. 기계와 인공이 인간의 자리를 속속 대체해 가는 세상에서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 알 수 없어 불안하기만 하다. 치열한 경쟁 시스템 속에서 남과 비교하여 뒤처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하는 사회문화적인 분위기가 우리를 위축시킨다.


그런 점에서 글쓴이가 용기를 ‘고립을 견디는 힘’으로 정의한 것은 매우 적절하고 유용해 보인다. 배제되고 탈락되는 고립의 조건을 견뎌낼 수 있을 때 단지 생존만을 위한 시간에서 삶을 위한 시간으로 전화할 수 있다.


다수파에 섞여서 누구나 할 법한 정형화된 문구(상투어)를 익명으로 보내고, 누구나 할 법한 행동을 하고, 개체가 식별되지 않는 것을 최우선시하며 사는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그 누구도 아닌 사람(Nobody)’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72쪽)


3


용기가 정직과 친절이라는 덕목으로 이어진다는 글쓴이의 시각은 용기에 대한 우리의 상식을 깨뜨린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정직은 자기 목소리를 찾는 것, 자기 고유의 색깔이 담긴 말을 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사람’이 아니라 바로 ‘어떤 한 사람(Somebody)’이 되는 것. 그렇게 ‘섬바디’가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용기를 얻게 된다.


글쓴이에 따르면 정직은 지성적이고 감정적으로 성숙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다. 이를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목소리로 정직하게 말하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남의 눈 밖에 나는 것을 버티는 힘, 글쓴이 표현마따나 ‘아등바등’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성장이 멈춘 사람은 이러한 아등바등하는 일 없이 다수파의 무리 속으로 들어가 조용히 지낸다. 그런 삶은 우리에게 편안함을 줄지 모르겠지만 행복감을 안겨 주지는 않을 것 같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지능이 높은 사람은 좋은 친구를 사귀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