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Pay it forward

by 이기문

사고가 났다. 아니다. 사고를 냈다.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빼 코너를 돌 때였다. 쿵. 사각지대 코너 부분에 이중 주차되어 있던 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범퍼 모서리를 부딪힌 것이다. 우이씨. 절로 욕이 나왔다. 내려서 보니 내차 한쪽 부분이 덴트를 먹었고 상대차는 범퍼와 방향지시등 커버가 부서져 있었다.


소나타 2. 손대면 자체가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상대방은 “혹시 OOO 아니세요?” 헉. 내 이름을 알다니. 내려온 운전자는 올여름 독서실에서 잠깐씩 얘기를 나눴던 취업준비생. 당황한 그는 아버지 차를 몰고 나왔다고 했다.


그가 아버지를 바꾸어 주었다. 그 아버지 하시는 말씀, “아는 수리점이 있는데 직접 처리를 하는 게 어때요?” 그냥 보험 처리하자고 했다. 그리고 현장 사진을 몇 장 찍고 약속 장소로 출발했다.


점심 약속을 마치고 보험사에 신고를 하려다 고민이 생겼다. 상대차가 주차선에 주차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 내가 신고를 해서 사실대로 말한다면 어떻게 될까?


사고의 직접 잘못이 아니지만 주차선에 주차하지 않은 것이 원인제공의 빌미가 될 것이고, 이는 사고를 당했지만 수리비의 일부분을 부담해야 하는 것. 취준생인 그를 보호해주고 싶었다. 어이구. 왠, 오지랖인가.


보험사에 전화를 했다. 담당자가 물었다. 혹시 상대편 차가 주차선에 바로 주차되어 있었습니까? 예상했던 질문이 날았다. 고민이 한번 더 되었지만 나는 잘 이겨내었고 예정했던 말을 했다.


“네, 주차선 내에 주차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차선 내에 주차되어 있었습니다”라고는 차마 말하지는 못했다. 담당자가 또 물었다.


“혹시 사진 찍으셨나요?” “아니요, 경황이 없어서 서로 연락처만 주고받고 약속이 있어 먼저 나왔습니다.” 나는 결국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젠장.


전화를 끊고 취준생에게 전화를 했다. 보험사에 상대편 차가 주차선 안에 주차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사진은 찍지 않았다고 말했으니 참고하라고 알려주었다. 끊기 전 그가 말했다.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Pay it forward)”. 식스센스의 귀신을 보는 귀여웠던 그 꼬마가 나왔던 영화.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핵심 줄거리는 이렇다. 내가 남을 도우면 그도 남을 도울 것이고 이렇게 계속 퍼저 나가면 세상은 조금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란 것.

1주일 후, 보험사에서 전화가 왔다. 자차 수리 비용과 상대차 수리비 내용을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전화를 끊으며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데요 고객님, 상대편 차주분이 안내해 드렸는데도 수리기간 동안 렌트카를 이용하지 않았어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