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해.
오늘 밴드에서 아는분이 댓글을 달았다. 내 글에서 내 목소리가 들린다고 했다. 농담삼아 하신 얘기였지만 일견 사실일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의 생각이 실제 뇌를 착각하게 하고, 이에 몸이 그 착각에 반응을 하니까. 뇌과학에서 증명한 일이다. 갇힌 냉동창고에서 선원이 얼어 죽었는데 알고 보니 냉동기능이 고장 나 있었다는 실화도 있으니까.
나도 비슷한 경험을 지난달 말일 영화를 보다가 했다. 영화에서 최루탄 냄새가 났고 나의 대학 1학년의 시간들이 겹쳐졌다.
순간 내 옆에 있던 친구의 얼굴이 보였고 그의 손에서는 피가 흘렀다. 불발최루탄을 주워 되던지다 손을 떠나기 전에 터진 것이었다. 그 친구도 이 영화를 보며 나를 생각할까?
1987. 시작이 아니라 영화가 끝나며 제목이 나왔다. 뚜렷한 주인공이 없이 분산되어 있었고, 좋고 싫음을 넘어 옳고 그름이 있었는데, 모두는 각자의 자기 안에서 옳았다.
영화는 말하고 있었다. 그때 우리모두는 주인공이었다고. 30년전의 시간들을 영화는 관객을 강요하지 않고 절제된 감정 속에서 사실적 순간들을 보여준다. 극한의 순간에서도 양심은 살아남고 강요된 시간 속에서도 진실은 존재한다는 것.
영화관을 나오며 앞서가는 젊은 연인이 서로 말했다. “정말 저랬다고?” “그랬던가봐” 한해를 마감하며 생각했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민주주주도 또한 그렇다고.
<공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