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문 Mar 27. 2020

인정

실수, 인정하면 사는 게 편해진다

출근길. 아내가 출근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려 먼저 내려가서 차를 준비하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끼며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본다. 12층에서 내려오고 있다. 8층이 보일 때쯤 버턴을 눌렀고 4층에 멈추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30대로 보이는 뉴페이스가 언짢은 표정을 하고 나를 외면하고 있다. 흠흠. 이곳에 산지가 10년이고 마주치는 모든 이에게 눈인사라도 먼저 건네는 편이라 한동안 살았던 사람은 다 알고 있는 터. 최근에 이사 온 뉴페이스가 확실하다. 인사할 틈도 주지 않고 외면하고 있다.



내가 중간에 타지 않았으면 빨리 갈 수 있는데 내가 자기 앞길에 방해가 된다는 표정으로 읽힌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냥 나도 모른 척하기로 하고 B1버턴을 누른다. 둘밖에 없고 B2가 눌러져 있다.



이윽고 지하 1층에 도착했다. 내가 내린다. 몇 발자국 걸으니 그가 따라오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Mindless. 그가 잘 못 내린 것이다. 주차장으로 나와서 차로 걸어가는데 따라오고 있다. 차에 올라 다시 보니 잠깐 멈추다가 나 쪽을 본다. 나를 의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다시 엘리베이터로 돌아가지 않고 동과 동 사이에 있는 계단 표시가 되어 있는 쪽을 보더니 그쪽으로 간다. 자기 실수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쪽 계단은 지하 2층으로 가지 않고 지상으로만 연결된 계단인데. 흠흠. 뒷모습을 계속 지켜본다. 계단 문을 열고 잠시 멈칫한다. 지하 2층으로 가는 계단이 없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아마도 그에게 이젠 2가지 선택이 있다. 계단으로 올라가지 않고 다시 돌아 나와서 나를 지나 좀 전에 내렸던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거나 아니면 그냥 올라가는 것. 왠지 돌아 나오지 않고 그냥 지상으로 가서 다른 지하 2층으로 가는 길을 찾게 될 것 같다.



몇 초가 지났을까. 그는 그냥 올라간다. 지상에서 지하 2층으로 가는 길은 단지의 출입구 쪽으로 완전히 나가서 다시 들어오거나 지상에서 우리 동의 다시 아까 그 엘리베이터 쪽으로 돌아오는 길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는 후자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왜 그는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아는 교수님의 말씀처럼 인정하면 사는 게 쉬워지는데 말이다.



<실수, 인정하면 사는 게 편해진다>

작가의 이전글 친구의 생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