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을 읽고
OO 동기 보시게.
자네를 만난 게 OO대 18학번 MT였으니 알고 지낸지 벌써 2년이 넘었네 그려. 아무튼 서로 많이 다르지만 나와 동갑이라는 이유 하나 만으로도 그동안 잘 지냈지. 나만 그랬나?
이 글은 조금 길거야. 그러니 일단 읽을 시간을 확보하고 커피 한잔을 준비하게. 아마도 자네는 아이스를 준비하겠지. 커피가 준비되었다면 우선 어디 앉도록 하게. 그리고 천천히 내 글을 읽기 바라네. 그리고 길어서 힘들더라도 견디고 끝까지 읽어 주게.
다 읽고 난 후 서로 다른 생각으로 인해 갑자기 둘 사이에 생긴 큰 강물이 좁아져서 마음만 먹으면 건널 수 있는 개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쓰는 것이니 선입견은 접어두고 천천히 읽어주길 바라네. 알고 보면 다 내 나라 내 가족이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거 아니겠나.
사실. 지난주에 내가 올린 ‘강남스타일’이란 글에 댓글을 단 것을 보면서 이 글을 쓸까 말까 고민을 하며 며칠을 보냈어. 자네는 OO에 살고 있으니 강남의 당사자도 아닐 텐데 하면서 말이지. 무릇 말이나 글은 술과 같이 숙성의 시간이 조금 필요하기도 하고. 특히 그 대상이 서로 아는 사람일 경우에는. 관계란 맺기도 끊기도 어려운 것이니까.
그래도 자네처럼 이렇게 저렇게 자기의 주장이나 의견을 소신 있게 말하는 사람에게는 열정 같이 있어 좋아. 또한 완벽하게 악한 사람도 순수하게 선한 사람도 없는 이 세상에서 자신의 생각을 다시 돌아볼 수 있다면 더욱 아름다운 일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사실, 생각이 달라질 가능성은 별로 없겠지만.
암튼, 여기까지가 일종의 서론인 셈이고 이제부터 자네가 지적한 부분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하겠네. 내가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내가 읽고 듣고 배우고 공부하면서 여러 사실과 의견을 바탕으로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내 방식으로 얘기하는 것이니 감안하고 읽어주게.
1. 정치적인 글이라는 것에 대한 소견
자네가 첫째로 지적한 것이 OO에서 정치적인 얘기를 왜 하는 것이냐, 이곳은 그런 곳이 아니지 않으냐 하는 것이었어.
사실 정치라는 단어는 좋은 단어야.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질서를 바로 잡는 일을 말하는 것이니까. 그런데 ‘적’이라는 한 단어가 붙으니 온갖 나쁜 부정적인 뜻을 의미하게 되어버렸어. 반대로 ‘인간적’이라는 가슴 따뜻한 말은 ‘적’이라는 말을 빼버리니 ‘인간’이라는 삭막한 단어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암튼, 내 글이 정치적인 글로 읽혔다면 미안하네. 주제가 정치였지, 나는 정치적으로 쓰진 않았다고 생각 하네만. 사실, 정치라는 주제는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있어서 정치를 빼면 우리 삶은 안꼬 없는 찐빵 같은 것이 되기도 하고, 공동체의 한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싫든 좋든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고.
내 글을 다시 자세히 읽어 보길 바라네. 내 글은 대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현상들을 관찰하고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쓰는 글일 뿐이라네. 하여, 최근에 가장 사회적으로 중요했던 선거를 보면서 정치를 주제로 하여 선거의 결과를 내 방식대로 살펴보고 또한 어떤 이유 때문인지 이해하려고 했던 거야. 왜 강남에서는 대다수의 다른 지역과 다른 선택을 했을까 하고 말이지.
그리고 우리가 공부하는 물상은 곧 세상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그리고 이와 연계된 개인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이니까 여기 내 글을 읽은 사람들도 한 번씩 각자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냥 패스하면 되고 말이지.
한편, 여전히 정말 강남에서 태구민을 선택한 것은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네. 혹시 자네가 이해된다면 나중에 왜 그런지 설명 좀 해주게나.
아무튼, 세상은 빠르게 변화니 어떤 사실이나 현상을 자세히 보기 힘든 시대이긴 해. 그래도 바쁘다고 바늘허리 매어 못 쓰는 것이니 가능하다면 자세히 보아야 한다고 생각해. 나태주 시인의 쓴 시중에서 이에 해당하는 것을 아주 멋지게 표현한 구절이 있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유럽을 여행한 적이 있었어. 한 1년 넘게 유럽 각국을 돌아보니 유럽 사람들이 나라별로 다 다르게 생겼더라고. 그 전에는 서양인은 모두 비슷했는데 말이지. 영국 사람, 독일 사람, 프랑스 사람, 이탈리아 사람들이 모두 다 다르게 생겼더라고. 마치 서양인이 중국사람 한국사람 일본 사람을 잘 구별 못하는데 우리는 금방 구별하는 것처럼 말이지.
만약 내 글이 정치적으로 읽혔다면 아마도 자네 마음에 벌써 정치적이라는 안경을 쓰고 내 글을 읽기 시작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어. 꽃은 내 마음속에 꽃이 있을 때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니까.
2.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에 대한 소견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 자체가 나는 썩 마음에 들진 않는다네. 자유에다가 어떤 이념을 덧 씌운 것도 그렇지만 민주주의 이념에 벌써 자유가 포함되어 있는데 왜 굳이 자유를 뽑아서 민주주의 앞에 붙였을까 하고 말이야. 대한민국 헌법 제1조에는 자유라는 단어가 없이 이렇게 시작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자유민주주의라고 하니까 자유가 마치 군대에서 행군할 때 본대에서 뽑아 운용하는 첨병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ㅎㅎㅎ
생각해 보니, 최초는 아닐지라도 자유란 단어를 어떤 선동적인 의미로 많이 활용한 사람은 내가 보기엔 이승만이었던 것 같아. 보수의 정신적 지주로 받드는 사람이지. 아마도 당시 어떤 시대적 필요에서 그랬을 것이라 생각해.
요즘은 애국보수단체에서 이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더구나. 다만, 너무 많이 사용하여 단어가 뜻하는 진짜 의미가 무엇이었나 헷갈리게 되었지만 말이야. 그리고 기독교에서 특히 광화문 집회하면서 많이 사용하더군. 태극기 성조기를 들고서 말이지. 코로나 19로 제발 좀 모이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하는데도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를 일이야. 그들이 말하는 하나님이나 예수님은 그러지 않을 텐데 말이지.
성경을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사랑이라고 보이는데, 정작 그런 사랑은 사라지고 사익만 따지는 것 같아서 씁쓸하네. 기독교가 먼저 번성했던 유럽은 기독교가 국교 일만큼 종교가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강한 성격이 있지만 오히려 그들은 종교 집회는 요즘 하지 않는다고 하더구나.
특히 북유럽 덴마크는 기독교가 국교이고 소득의 일정 부분을 법으로 헌금하게 되어 있지만 평소에도 교회에 사람이 별로 없다고 해. 그 이유를 분석한 글을 읽어 보니 사회보장 제도가 잘 되어 있고 공동체라는 연대의식이 강해서 굳이 교회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더구나.
오히려 한국교회의 원산지 미국에서 교회에 소속되지 않으면 생활하기 힘들다고 지인의 말을 들은 적이 있어. 집단 따돌림 뭐 그런 거. 교인이 아니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지도 않는다고 말이지. 사회보장제도와 종교가 상관있다는 흥미로운 얘기인데, 신천지에 젊은 층이 많다는 것도 불우한 청소년들이 가족이나 공동체의 부재를 대신하여 신천지에서 확인하려는 그런 소속감 안정감 연대감 그런 게 아니었나 생각을 해 보게 돼.
그리고 보수 기독교에서 종교의 자유를 말하던데 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더라. 종교의 자유라는 것은 내 신념과 가치관에 따라 내가 스스로 종교를 선택하거나 아예 종교를 선택하지 않을 권리라고 나는 알고 있데 말이지. 전염 예방을 위해 이웃을 위해 집회를 자제해 달라고 하니 집회하지 말란다고 종교의 자유 탄압 운운하는 것은 진짜 그 의미를 모르거나 알고도 무시하는 것이겠지.
아무튼. 그냥 나는 자유민주주의 대신 그냥 민주주의로 쓰는 게 어떨까 해. 앞에 굳이 자유를 넣어서 말하는 자체가 벌써 정치적 선동으로 보이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말이지. 아마도 태극기 부대 영향 때문일 거야.
3. 진보와 보수에 대한 소견
우선, 일반 대중은 보수와 진보의 개념을 모를 거라 했는데, 우선 자네가 말하는 일반 대중이 누구를 말하는지 모르지만 너 정도 되면 알고 있지 않을까 해. 동갑이니 87년 민주화운동을 몸소 겪었을 것이니 모를 수가 없겠지. 여하튼, 나도 자네가 말한 것에 동의하네. 보수 진보 이렇게 딱 나누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니까.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거잖아.
사실, 나를 포함해 우리들은 대게 어떤 면에서는 보수이고 어떤 면에서는 진보 일거야. 나는 내 아버지에 비하면 완전 진보인데 아내가 얘기하는 면에서는 나는 꼴통 보수거든. 아내는 영화나 드라마 주인공이 그 기준이니까 말이야.
아마도 세상에 말 그대로의 보수는 없을 거야. 세상은 발전하고 또한 변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옛날에 한 지구인이 기독교의 근간인 창조설이 허구라는 사실을 밝혀 버린 적이 있었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말이지.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한 지 200년이 지났지만 종교는 여전히 건재하고 있지만 인류는 진화하면서 진보한다는 사실은 이제는 최소한 과학계에서 정설이 되었어.
그래도 말이 나온 김에 진보와 보수를 좀 알아보자고. 진짜 보수는 사실 진보 중에서 천천히 점진적으로 변화를 추구하자는 것이고, 아니다 너무 늦다 천천히 하다가 세월 다간다 하면서 좀 더 빠르게 바꾸자고 하는 게 진보일 거야. 아무튼 보수나 진보나 모두 사회가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진짜 문제는 우리나라에 진짜 보수가 있을까 하는 거야. 우리나라 우익 보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고. 자네가 동의하던 안 하던 내가 생각하는 것이니 한번 들어보게.
첫째, 미통당으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보수. 이들의 근원을 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들의 뿌리를 찾아가 보면 식민 독재, 군사독재 그리고 국민을 억압하고 탄압했던 무리들이란 거지. 한걸음 더 들어가 보면 그들은 대게 친일의 일제 유산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거고. 국민을 그 존재 자체로 존엄하게 보지 않고 통제의 대상으로 보고 자유를 더 나아가 민주주의를 달나라로 보냈던 존재들이었지 않나 하고 생각하네. 아이러니 하지. 그런 자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외치고 있으니까.
둘째, 보수의 소중한 가치인 정의가 우리나라 대다수 보수단체와 보수정당에서는 없거나 부족하다고 나는 보네. 정의사회 구현을 외쳤던 정권이 가장 정의롭지 않았다고 역사가 증명을 하고 있고. 가까이는 과거와 현재의 사법부, 검찰, 언론을 보면 될 것 같아. 그들에게 정의는 자기만의 정의, 그들만의 정의라고 나는 보이는데…. 나는 그들이 오히려 미통당 보다 더 나쁘다고 봐. 왜냐면 그래도 미통당은 보수라는 색깔이 선명하긴 하지만 그들은 중립 인척 하며 보수에 편에 서서 펜을 놀리고 판결을 하며 기소하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누구를 위한 정의인가 하는 의문이 들곤 해.
4. 중립이나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 것에 대한 소견
한편, 최근 주위에서 민주당이 완승을 하니까 이런 말을 하더구나.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나쁘다고. 미통당이 반 정도 의석을 차지해서 균형을 맞추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말이야. 일견 맞는 말이라고 보여. 그런데 좀 더 생각해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해.
왜냐면 기계적 중립이나 균형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으니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선수들의 숫자로 균형을 맞추는 것보다 운동장을 먼저 바로 잡아 균형을 잡는 일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보이고 지금이 그런 시기가 아닐까 해. 물상에서도 없는 것을 먼저 당겨서 급한 것부터 먼저 적용하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어. 다 순서가 있는 것이고 그 순서를 알아 가는 것이 물상을 배우는데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자연은 그런 거니까.
마지막으로 자네가 댓글 말미에 쓴 “거짓과 선동 그리고 위선이 대한민국의 가치란 말입니까?”라고 울분을 토한 것을 보고 좀 놀랐네. 내 글에는 그런 내용도 없는데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할까 하고. 나중에 기회 되면 그 내용에 대하여 좀 설명해주게나. 어느 정치인이 그런지 알고 싶기도 하고. 나도 그런 사람이 당선되거나 우리를 대표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왜 진보 인사의 작은 실수가 보수 인사의 큰 범죄보다 더 문제시화 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제 이 글은 여기서 그만 쓸까 해. 이렇게 쓰고 보니까 뭐 하려고 이렇게 길게 쓰고 자빠져 있나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하고 말이지. 왜냐면, 1) 서로 생각이 달라질 가능성이 없고, 2) 얘기하면 할수록 서로 미워하게 될 것 같으며 3) 무엇보다 재미 없는 얘기로 시간을 낭비하게 될 것이니까.
그래도 이왕 쓴거 마무리 해서 이렇게 올리네. 그리고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네. 힘들게 읽어 내려온 그대가 챔피언.
자. 이제. 이 글의 결론이네. 혹시 자네나 나나 각자의 의견이나 주장 때문에 무슨 피해를 입는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하는 가장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내 결론이라네. 그래서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 아래 문장으로 이 글을 마칠까 해.
“나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당신이 그 의견으로 박해 받는다면, 나는 당신의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
<어떤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