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문 Jun 24. 2020

뭣이 중헌디

안전제일 기본 충실

간판에 불이 나갔다. 관리실 직원이 와서 확인하더니 컨버터 고장이라고 했다. 이 참에 포인터 간판도 달기로 했다. 일요일, 오후 1시. 약속시간보다 10분 전에 도착하니 벌써 와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무실 문을 열어주고 배전반에서 요청에 따라 전원을 켜주고 꺼주고 하면서 도와준다. 필요 없다고 해서 나오지 않을까 했는데 내가 없었으면 전원을 켜고 꺼는 실험을 위해 긴 사다리에서 오르락내리락했을 터. 오길 잘했다.


포인터 간판 작업을 완료하고 기존 간판 컨버터를 교체했다. 그런데 간판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계속 보고 있자니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렇게 저렇게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한참을 지나 불이 들어왔다.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다. +/-를 반대로 연결했다는 것이다. 웁스. 뭐지? 기술자가 아닌가? 무슨 이런 기본 적인 것으로 우왕좌왕했던 거지. “아 그래요!” 하고 입을 다문다.


작업을 완료했다고 가겠다고 했다. 다 했으면 가셔야지. 그래도 잠깐. 최종 확인은 해야지. 작업한 곳을 자세히 본다. 2가지가 문제가 눈에 들어온다. 오길 잘했다.


첫 번째. 기존 간판, 상단 부분에 교체한 컨버터가 위로 노출되어 있다. 뒷정리 좀 잘할 것이지. 기존에는 안으로 넣어져 있어 비바람에 노출되지 않고 보이지도 않으니 깔끔했는데 말이지. 기술자가 이런 것을 귀찮아해서야 흠흠. 그래도 떨어질 것 같진 않다. 그냥 두기로 했다. 기능에는 문제가 없고 자세히 보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될 것 같진 않다.


두 번째. 포인트 간판, 부착하는 연결다리 부분에 나사가 위에는 두 개가 밑에는 왼쪽 하나만 박혀 있다. 상식적으로도 그러면 바람이 불 때 흔들릴 것이고,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태풍이 오면 위험하게 될 것이다. 안전에 대한 문제 아닌가? 양보할 수 없다.


“기사님, 밑 부분 오른쪽에 나사 하나 더 박아 주세요”. 그러자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다들 그렇게 합니다.” 소위 말하는 관례란 말인가? 다른 집 포인터 간판을 보고 싶지도 않고 확인할 마음도 없다. 나쁜 선례나 잘못된 관례를 내가 왜 참고하고 인정하며 따라야 하나.


조용히 말했다. “나사 하나 더 박아 주세요” 낮고 차분한 목소리 때문이었을까? 바로 사다리를 받치고 올라가서 나사를 하나 더 박고 내려온다. 올려다본다. 대칭이 맞는 오른쪽 끝부분에 난 구멍에  나사를 박을 것이지, 그 아래 중앙에 있는 구멍에 박아 놓았다. 내참. 끝부분에 박으려면 좀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 때문이리라. 귀차니즘에 이어 잔머리 좀 보소. 그냥 두기로 했다.


기사는 떠나가며 말했다. “계좌 보내드리겠습니다사무실로 들어오려다 말고  옆집 포인터 간판들을 올려다보았다. 젠장. 위아래 각각 나사가 2개씩 정확히 해당 자리에 있다. 이런. 순간적 위기 모면을 위해 심지어 거짓말까지  거잖아. 에휴. 그래도 기술자가 장인정신이 있어야지.


계좌로 송금을 하고 문자를 남겼다. “송금 완료” 이내 답문자가 왔다. “감사드립니다 사장님”. 일을 맡긴 것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돈에 대한 감사로만 읽힌다. 다음에 간판 작업할 일이 있으면 다른 회사 찾아봐야겠다.


<안전과 기본>

작가의 이전글 어떤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