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백기완 선생님의 죽음을 애도하며
백기완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광화문 촛불집회 때에도 노쇠한 몸에도 불구하고 검은 두루마기를 입으시고 흰머리 휘날리며 앞장서시던 그분이 돌아가셨다.
87년. 대학에 들어가서 "자주 고름 입에 물고 옥색 치마 휘날리며"를 읽으면서 그분을 알게 되었고, 집회 때 마이크를 잡은 왼손의 단단함 만큼이나 오른손을 높이 들어 올리시며 사자후를 토하시던 모습에서 존경하게 되었으며, 그의 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서 사랑하게 되었다.
87년 어느 날, 대학교 북문 앞에 있던 서점에서 샀던 그 책이 생각났다. 세월만큼이나 색 바래고 낡았을 그 책. 많은 이사로 어디에서 잃어버렸는지 조차 기억이 없다. 그를 기억하고 싶어 서점에서 찾았으나 이미 오래전 절판이 되어 있었다. 중고서점에서 찾아 주문을 했다.
그는 온몸으로 군부독재에 맞서며 언제나 약자 편에 서서 초지일관 끝까지 헌신하신 몇 안 되는 이 시대의 큰 어른이셨다. 올바른 뜻을 평생을 통해 변함없이 일관되게 내 나라 내 민족을 위해 앞장서시던 분. 그의 죽음을 애도한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