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할 걸 따라 해야지
사무실. 나른한 오후다. 손님도 뜸하다. 책을 폈다. 졸리다. 눈을 부릅뜬다. 세상 무거운 것은 눈꺼풀이다.
이때다. 40대 후반의 여자 한 사람이 사무실에 들어선다. 고개를 돌려 입구 쪽을 보는데 그 여자의 손에는 명함이 들려있다. 손님 아니다. 영업하시는 분이다.
안녕하세요. 하고 먼저 내가 인사를 건넨다. 그 여자도 맞인사를 하고 회의 탁자 끝으로 간다. 그곳에는 부동산을 이용하는 손님들을 위한 작은 명함대가 마련되어 있다. 이사, 청소, 인테리어 등의 업체들 명함이 꽂혀 있는 곳.
인사를 한 후 다시 책의 활자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잠시 후. 안녕히 계세요 라는 인사말에 네 잘 가세요 인사한다. 여기까지 아주 평화로운 일상의 한 장면이다. 그러나 잠시 후.
3분이나 되었을까. 아내가 돌아왔다. 없을 동안 손님은 없었고 이삿짐 회사 직원 한 명이 왔는데 명함 놓고 갔다 라고 보고를 한다. 명함대로 다가 간 아내가 따지듯 묻는다. "여보, 명함 놓을 때 지켜봤어?" "아니 왜?" 일어나서 명함대로 다가간다.
어라. 한 이삿짐 회사의 명함집이 통째로 비어있고 그 자리에 다녀간 회사의 명함이 대신 꽂혀있다. 아내가 그 명함의 번호를 보고 전화를 한다.
"여보세요. oo이사죠? 부자 부동산인데 혹시 방금 다녀가셨죠? 그런데 혹시 oo회사 명함 가지고 갔나요? 아니 다른 회사 명함을 몽땅 가져가면 어떡합니까? 다시 가져와서 제자리에 꽂아 놓으세요!"
잠시 후. 돌아온 그 여자는 미안하다고 연발하면서 가져간 명함을 되돌려주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저희 명함도 다른 업체에서 가끔 가져가서요" 하면서 변명을 한다. 아 놔. 참으려다 한마디 했다.
"이 보세요. 남들이 도둑질한다고 나도 도둑질한다는 게 그게 말이 됩니까? 따라 할게 따로 있지. 그것 참. 그런 생각은 바꾸시는 게 좋겠네요. 그만 가셔도 됩니다."
그 여자는 총총히 달아나듯 나갔다.
<따라 할 걸 따라 해야지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