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30%가 전체를 바꾼다
장면 1. 2003년 2월 대구 지하철역
한 남성의 방화로 인해 지하철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는 결국 192명이라는 엄청난 사망자를 낳고 말았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놀라운 것은 화재 초기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는 것. 실제 같은 전철을 탔던 사람들 중에 상당수의 생존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고를 당했던 것일까. 여러 원인들이 조사 결과 나왔지만 진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고 여겨진다.
당시 찍힌 한 사진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객차로 연기가 들어와 뿌옇게 보이지만 놀랍게도 사람들은 조용히 앉아 있다.
절체절명의 이 소중한 시간. 잠시 기다리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새어 들어온 연기에 다만 손으로 입과 코를 가릴 뿐.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다. 그렇게 앉아서 골든타임을 놓치고 말았던 것.
왜 그랬을까. 그것은 객차의 다른 사람들도 모두 조용히 앉아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심리실험에서도 같은 결과를 얻었다. 한 방송국 지하 회의실. 대학생 5명을 앉혀 놓고 간단한 문제를 풀게 했다. 곧 돌아온다는 안내자는 말을 남기고 떠난 상황. 5명 중 4명은 실험 도우미들.
여기에 연기를 주입. 실험자 1명은 처음에는 연기를 발견하고 놀라지만 다른 4명을 번갈아 보다가 아무 일 없는 듯이 그대로 앉아 있었다. 주위 상황에 압도되고 만 것이다. 똑같은 실험을 반복했지만 그 결과는 놀랍게도 똑같았다.
<상황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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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2. 2022년 8월 서울 강의실
강의 중 강사가 물었다. 어쩌다 대통령 얘기가 나왔다. "여기 분명히 2번 찍은 사람 있을 거야. 어디 손 한번 들어 볼까요?" 그러나 나는 당연히 아무도 손을 들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무도 없다.
모르긴 몰라도 분명 2번 찍은 사람이 있을 거였다. 그러나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여기에도 심리적인 요인이 작동한다. 상황의 힘과 더불어 또 다른 힘이 작동하는 것이다. 바로 침묵의 나선 이론.
하나의 특정 의견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인정되는 상황이라면, 그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 소수의 사람들은 고립과 배척을 두려워해서 침묵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따라서 다수에게 인정되는 의견은 더욱 확장성을 가지고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보는 그 임계점은 30%. 만약 여론에서 어떤 사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30%선이 붕괴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30% 미만의 마이너라는 사실을 밝힐 수 없고, 더 나아가 나도 생각을 바꿔 다수의 범위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왜냐고. 쪽 팔리고 싶지 않으니까. 결국 한 번 무너진 30%선은 회복되기 어렵게 된다.
<침묵의 나선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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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3. 2016년 12월 서울 버스정류장
초겨울 서울. 송년회를 마치고 기분 좋게 취한 밤 11시. 용인에 있는 집으로 가는 광역버스 5500-2번을 타려고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바닥에 5500-2번이라고 써진 곳에 서서 둘러본다. 어라 딸랑 혼자네.
곧이어 버스가 왔는데, 엉뚱한 곳에 버스가 서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우르르 몰려드는 사람들. 다들 어디 있었던 거지. 빈자리가 몇 개 없어 몇 명만 태우고 버스는 떠나갔고 나는 남았다.
다행히 배차가 자주 있기 하다. 15분 남짓. 다시 버스가 왔다. 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또 나는 남겨졌다. 질서가 없으니 오래 기다리던 사람들이 오히려 못 타고 있는 상황.
안 되겠다. 3인 성호라 했던가. 3명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 수 있다고 하지. 그래 없던 질서를 세워보자. 2번의 실패로 알게 된 같은 버스를 놓친 세 사람에게 줄을 서자고 제안했다.
오케이. 3명이 줄을 섰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우리 세 명 뒤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이 아닌가.
얼마 후 다시 버스가 왔다. 버스는 놀랍게도 우리가 줄 서 있는 곳 바로 앞에 정확히 정차를 했고(줄의 첫째분에게 버스가 오면 시선을 기사에게 고정하여 계속 주시하라고 부탁해둠), 그렇게 나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래. 딱. 3명이면 되는 거지. 3명만 있다면 30%만 넘어선다면, 주어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내 의견을 어떤 모임이나 회의에서 관철하고 싶다면 일단 3명을 사전 포섭하셔라 라는 얘기를 이리 길게 하고 있다.
<삼인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