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는 그때그때
지난 주 수요일.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아내가 말했다. "너무 자주 맛있는 거 먹는 거 아닌가? 오더 받았다고 맛있는 거 먹고, 수출대금 들어왔다고 먹고, 계약했다고 먹고, 잔금 했다고 먹고 ㅎㅎㅎ"
내가 말했다. "왜? 먹기 싫어? 내일 내일 하다가 결국 못 먹고 못 놀고 죽어 이 사람아! 기회가 되면 일단 축하하고 먹고 마시자고!!!"
최인훈의 소설 "광장". 이 소설은 남북 분단의 현실 앞에서 방황하는 주인공 명진을 통해 소문뿐인 혁명 이데올로기의 무서움 잔인함과 더불어 삶의 덧없음을 전한다. 우리 민족의 아픔에 심각한 화두를 던지는 소설로 교과서에도 등장하고 수능에도 몇 번 지문이 나온 것으로 안다.
몇 번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눈물 나는 장면은 사실 따로 있다.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인과의 마지막 대화 장면이다. 명진이 총공격이 시작되어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게 될 것이란 사실을 은혜에게 알렸을 때, 은혜의 말에 눈물이 났던 것이다. 삶의 진실을 한 마디로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하다니.
"명진 씨, 죽기 전에 부지런히 만나요!"
어제는 지나갔고, 내일은 알 수 없다. 결국 오늘 지금(Present)이 우리들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물(Present) 일뿐이다.
그때그때. 기념할 일은 기념하고 기뻐할 일은 기뻐하자. 휴가 아끼다 못 가고, 여행 계획만 하다 못 가고, 그러다 청춘 다 지나 늙어지면 힘없어 몬 논다. 아끼다 똥 된다는 말이다.
잔금 했다고 아내와 식당에 도착하여 주인에게 외친다. "여기 맛있는 콩나물국밥 순한 맛 하나와 삶은 오징어 한 마리 부탁합니다. 아, 막걸리도 하나 주세요"
<오늘이라는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