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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Nov 03. 2022

언론의 역할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어떤 모임 단톡에 매일매일 "세상의 지식이란 이름으로" 보내지는 매경뉴스 요약본을 보면서  단상을 적어 본다.


(객관적인 척 여러 기사로 물타기 하면서) 정부의 나팔수로써 보도하는 내용이 차고 넘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세상의 지식이란 이름으로 요약되어 뭔가 놓치면 안 된다는 느낌을 주어 받는 이들을 읽게 만든다.


(평소 보지 않다가 오늘) 좀 자세히 읽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뉴스는 취사선택으로 정부를 대변하고 있다. 다른 내용은 차지하고, 이태원 참사의 내용을 좀 살펴보면 그 의도를 금방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10월 31일 자 요약 내용 : 코로나 팬데믹이 잦아들며 3년 여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열린 '핼러윈'이 수많은 청춘의 목숨을 앗아간 참혹한 비극으로 끝이 남. 30일 오후 6시 기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전날 밤 발생한 압사 사고로 사망자 153명, 부상자 133명 등 총 28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 지난 2014년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이후 최악의 인명 피해임. 전문가들은 이번 이태원 참사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또 한 번 드러냈다고 입을 모음.

[이기문 생각] 참사의 원인을 사회 전반에 돌리고 있다. 사회 안전불감증이란 이름으로.


11월 1일 자 요약 내용,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집단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인파 사고 예방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해. 앞으로 지자체가 주최하지 않는 행사라고 해도 지자체 판단으로 안전 조치를 위한 차량이나 인원 통제를 경찰에 협조 요청 가능해질 듯

[이기문 생각] 안전관리시스템의 부재로 참사의 원인으로 몰고 있다. 시스템은 있었는데 그 작동을 멈춘 이가 이를 말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11월2일자 요약 내용,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일어나기 사흘 전인 26일 열린 용산구청·용산경찰서·이태원 상인연합회 등 관계기관 간담회에서 연합회 측이 경찰에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올해는 과도한 경찰력 배치를 자제해달라"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 간담회에 참석한 연합회 측 인사는 "앞서 이태원에서 열린 지구촌 축제 당시 경찰 배치로 장사가 방해됐다"며 경찰 인력 배치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11월 2일 자,

[이기문 생각] 참사 책임을 지역 상인으로 돌리고 있다. 상인회는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내용은 당근 없다. 어쨌든, 일부 자제 요청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본질과는 상관이 없다. 자제 요청한다고 통제를 하지 않은 것은 말이 안 되고, 참사 발생 수시간 전부터 통제 요청 신고가 다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게 더 중요하다.


11월 3일 자 내용 요약,  ‘이태원 참사’ 당일 치안 책임자들인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윤석열 대통령보다도 사고 사실을 늦게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나. 이들은 심지어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1차 지시를 내릴 때까지도 사고를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

[이기문 생각] 드디어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 대통령 용산 이전 출퇴근이 그 원인의 하나로 지적되면서 경찰 책임자와 일선 경찰에 그 책임을 돌리고 있다. 누가 먼저 보고 받은 것은 이 참사의 본질이 아니다.


내일 자, 어떤 내용이 전해질지 자못 궁금하다. 아마도 책임을 피하고, 희생양을 찾아 지목하는 내용이 나오지 않을까. 김진애 전의원의 최근 한 말이 이 참사의 본질에 더 가깝다고 본다.


"제가 평소에 항상 왜 보수정권이 들어오면 안전사고가 많이 생기느냐. 이거에 대해 시민들이 굉장히 궁금해하는데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언론 때문에 그렇습니다. 언론에서 계속 덮어주기 때문에, 진보정권에서는 국정철학에서도 물론 사람을 중시하는 것도 있지만, 뭐 요만큼이라도 잘못하잖아. 그러면 언론에서 들고일어나기 때문에 평소에 무지무지 조심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 조심한다는 게 이른바 보수 쪽 리더들에겐 그런 게 없습니다"


이번 이태원 참사는 또한 대한민국 언론 참사이기도 하다. 보도 내용을 보라. 외신만 제대로 왜라고 묻고 있지 않은가. 더 본질에 접근하고 있지 않은가.


끝으로, 요약본을 단톡에 전하는 분에게 말해주고 싶다. 분명 좋은 의도로 매경 요약본을 성실히 잊지 않고 매일 보내고 계실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 내용 자체가 오물이라면 오히려 그것을 읽는 사람을 오염시키고 있다고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르신들 카톡에 어떤 내용이 돌고 있는지 걱정스러운 아침이다.


<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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