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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Jun 11. 2024

소중한 시간

둘째 입대하던 날

새벽에 깨어 시계를 보니 3시 28분. 멀뚱멀뚱 어두운 천정을 보다 일어나 작은 아들의 방으로 간다. 방문은 열려있고 침대는 비어있다.


어제 입대한 둘째 아들. 가만히 그 침대에 누워본다. 약시로 실명된다는 진단을 받아 믿을 수 없어 큰 병원을 찾아 헤매든 내 모습이 겹친다. 그 아들이 현역으로 어제 입대했다. 이내 눈물이 내 볼에 흐른다.


어제 아내도 결국 울고 말았다. 입영자들은 연병장 앞으로 나오라는 말에 둘째는 일어났고 차례로 포옹을 한 후 자리를 떠났다. 뒷모습을 바라보던 아내는 끝내 울고 말았다. 이번이 두 번째라 울지 않을 것 같던 아내. 흘러내리는 눈물을 막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논산 육군훈련소. 입소자 2천 명의 입소식이 10분여 만에 끝나고 대오를 지어 부대 안으로 들어갈 즈음. 저 많은 빡빡이들 속에서 내 아들을 찾고자 열심히 필사적으로 눈에 힘을 주는 순간. 아내가 한쪽을 가리키며 여보 여보 저기 저기 한다.


보인다. 이쪽 위치를 알고 이쪽 스탠드를 바라보며 힘차게 손을 흔들고 있는 둘째가 순간 더 확대되어 확연히 보인다. 내 팔은 번쩍 올라가고 감전된 듯 열심히 흔든다. 아들은 환하게 웃고 있다. 나도 웃는다. 옆을 본다. 아내도 웃고 있는데, 왜 저리 슬퍼 보이는 걸까.


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경험들, 겪어 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정들. 아들 가진 부모만이 느끼는 이 경험과 감정을 소중히 마주한다. 아, 내가 대신 가 주고 싶다.


<사랑한다 태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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