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을이 가는구나
둘째가 영어작문 시험을 보고 있다. 내가 옆에서 도와주고 있고,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다급하다. 참다 못한 내가 해당 작문을 써서 보여주고 따라 적으라 했다.
그러나 여전히 느릿느릿 적고 있다. 화가 난 나는 소리치며 빨리 적으라고 이제는 노골적으로 다그치고 있다. 둘째의 눈물이 시험지에 떨어진다. 깜짝놀라 고개를 드니 둘째의 눈에 눈물이 한아름 담겨있다.
시계를 보았다. 마감 임박이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이 느긋해진다. 그래 이깟 시험이 뭐가 중요하다고. 다가가 둘째 눈물을 닦아 주며 살포시 안았다. 둘째는 기어이 꺼이꺼이 울었다.
내 너를 존재 그 자체로 사랑하리라.
눈을 떴다. 꿈이었다.
창밖엔 가을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