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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Nov 13. 2015

시간 함께 하기

함께한 시간 만큼, 그 만큼 사랑으로 남는다.

아침 6시를 조금 넘으면 아내와 같이 아파트 단지 주위를 걷는다. 날씨가 좋을 때는 아파트 단지 앞에 난 개울 따라 걷는데, 비가 오거나 날씨가 추우면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걷는다.


7시 전에는 그래도 차들의 출근이 많지가 않아 공기도 제법 괜찮은 편이고, 지하주차장이지만 채광이 좋고 한쪽은 경사로 인해 거의 반지하로 별반 문제가 없다.


요즘은 시작은 지하주차장으로 해서 몇 바퀴 돌고 몸이  따뜻해졌다 싶으면 단지 내를 돈다. 지상에 차가 없는 곳이라 걷기에 불편함이 없다.



며칠째다. 6시 40분 정도가 되면 한 남자가 등에는 쌕을 메고서 아기를 포대기에 감싸 안고 단지를 가로질러 단지 내에 4** 동으로 들어간다. 30대 중반으로 보인다.


부모님 집에 아기를 맡기는 것인지, 보모에게 맡기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그 남자의 표정이 비장하며 빠른 걸음걸이에 주위에 시선을 두는 법이 없이 앞만 보고 곧장 간다.


오늘은 우리가 조금 늦어서 인지 벌써 아기를 맡기고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아직은 날이 완전히 날이 밝지 않지만, 긴장한 모습은 느낄 수가 있었다.


연신 뒤를 흘끔 본다. 몇 번 그러면서 몇 걸음 더 걷는다. 이내 돌아서서 곧장 다시 걸어 간다. 가까이 지나가는 얼굴을 보았다. 굳어 있었다. 아침 출근길 이어서 인지, 남겨둔 아기에 대한 애처로움에서 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 아기를 돌보는 분이 따뜻하게 정성껏 돌봐주길 빌었다. 그리고 얼른 자라서 그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동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리 집을 올려다 보았다. 첫째의 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이젠 깨우지 않아도 곧 잘 일어난다. 잘 자라주는 것 같아 고맙다.


아내가 첫째 유치원에 들어갈 즈음,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했던 것이 생각났다. 어릴 때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을 것이며, 결국 나중에 사고를 덜 치기 때문에 금전적으로도 이익이 될 것이라 우겼던 기억도 났다.


엄마 아빠가 어린 자식들과 같이한 시간만큼 그만큼 평생의 잠재의식 속에 사랑으로 남아 그를  위로할 것이라 믿어본다.


아기를 직접 돌보고 있는 이 땅의 모든 엄마에게 좋은 세상을 위해 좋을 일 하고 있다고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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