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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Feb 27. 2016

우리는 알고 있다.

나도 복잡하고, 남들도 복잡하다.

나는 내 안에 내가 갇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가 내 안에 갇혀있다고 깨닫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 오래도 걸렸다. 만약, 여기서 더 나아가 내가 나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되기까지 또 얼마나 걸릴까? 벗어 날 수 있기나 할까?


나는 복잡하다. 내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내가 왜 그런 사소한 일에 불같이 화를 냈는지 쉽게 설명하지 못할 때가 있다.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논리로 나열할 수 없는 많을 일들을 벌이면서 나는  살아간다. 일이  벌어지고 나서 논리를 만들고 이성적으로 합리를 가장한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말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일도 있다는 것을.


사소하거나  어이없는 이유 때문에 미워하고 인정하지 않으며 화를 낸다. 작은 것을  말하는 순간, 타인에 의해 부여되어 있다고 믿는 허깨비 이미지가 깨어질 수 있음에, 그 두려움에 진짜 이유를 말하지를 못한다. 그래서 얼굴에 쓴 가면은 점점 두꺼워져 가고 있다.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결코 말할 수는 없다. 언어가 아닌 것을,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기어이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 인간의 한계인 것 같다.


우리는 알고 있다. 남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단순하게 남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것을. 타인도 우리 자신처럼 복잡한 내면을 가지고 복잡한 관계 속에서 복잡한 인생을 힘들게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애써 생각하지 않는다.


보이는 것만으로 평가하고 판단하며, 우리가 볼 수 없는 부분은 우리 마음대로 채우면서 인식한다. 우리 자신의 내면은 복잡성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그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타인도 그 복잡성의 한 가운데에서 갈등하고 고민하고  힘들어한다는 것을 애써 외면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또한 이미 알고 있다. 이 세상은 그렇게 평등하지 않으며, 그리 자유롭지도 않고, 모두를 배려하며 박애의 정신으로  살아가지 못한다는 것을. 동질성은 옳은 일이고 편하게 느끼나 차이성은 불편하고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을 본능적으로 우리는 가지고 있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초라한 인간이 감당하며 극복해야 할 우리의 과제인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주어져 있는 이유를, 하늘에 뜬 해가 구름에 가려 차창가에 비치는 모습에서 언뜻 보았다.


나도 복잡하며 남들도 복잡하다. 그게 그렇다는 말이다.

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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