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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Aug 07. 2016

어머니 3

생신 축하드려요

일요일 아침, 아내와 같이 외출에서 돌아왔다. 그사이 할머니가 전화를 하셨다고 고딩 첫째가 전했다.

[아내] 왜 전화하셨데?
[첫째] 나 생일 축하한다고 하셨어.
[아내] 그래?
[나] 그래? (이런)

순간, 아내의 표정이 실망감인 듯 살짝 굳어졌다. 나 또한 곤란함을 애써 감추었다.

지난주 일이다. 휴가로 고향집을 내려갔을 때였다. 아침에 우연히 어머니께서 미역국을 끊이셨다. 같이 아침상을 준비하던 아내. 떡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했던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하는 생일축하도 좋겠다고 생각했던지,

"어머니, 큰애 생일이 모레인데 미역국 끊인김에 오늘 미리 생일상 할까요?"

"여보, 읍내에 나가서 케잌 하나 빨리 사와요!"

그렇게 생일축하를 했었다. 그런데 새삼스럽게 진짜 생일날이라고 축하 전화를 하신 것이었다. 고마웠다. 그러나 진짜 생일날로 부터 3일이나 지났다는게 문제였다.

나에겐 고모만 5분 계시다. 삼촌이 없다. 외동아들 이셨던 아버지. 어머니는 형과 나를 낳아 크게 온 일가에 기쁨을 선사하셨다.

하지만 형이 결혼하여 딸만 둘 내리 낳자 어머니는 크게 실망하셨다. 몇해 지나 형수가 부인과 수술 마저 하자 아버지는 시름시름 알으셨다.

그후 자연스럽게 내 결혼에 온 기대를 거신 아버지 어머니. 그런고로 내 첫째 아들의 출생은, 아버지 어머니로 하여금 밥을 먹지 않고도 배가 부르게 하는 이변을 낳았고, 아버지와 형의 관계를 다시 잇는 기적을 행하였다.

그래서 오늘 아내의 표정에서 나는 읽을 수 있었다.

'뭐야, 그렇게 귀하다고 하시더니 큰 손자 진짜 생일도 모르시는거야?'

난감했다. 차라리 축하 한다고 전화를 하시지 말았으면 좋았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차마 어머니께 전화해서 이를 말하긴 싫었다.

날짜 개념이 또렸하신 두 분이 어쩐일이실까? 작년에도 그러셨는데...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달력을 찾았다. 그래그래 그러셨구나.

어머니는 귀한 손자 생일을 음력으로 챙기고 계셨던 것이다. 내생일을 음력으로 챙기시는 것 처럼.

몇일 후면 어머니 생신이시다. 제날짜에 축하 전화는 꼭 드려야 겠다.

<엄마 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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