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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Jul 30. 2016

설마 부모 노릇이 쉽기야 하겠습니까?

웬만하면 참자. 웬만하면 웃자.

토요일 아침, 둘째 봉사 있는 날.


중학생이 되면서 일정 봉사시간이 필요하여 잡은 봉사. 모이는 시간이 오락가락 했다. 9시 30분인지 10시인지. 일찍 도착하는 게 안전할 것이라 9시 30분에 도착하기로 하고 역산하니 8:50분에 출발하면 OK. 그러나 아침 준비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고 급기야 9시에 출발해야 할 판이었다. 그래 좀 달리면 되지.


8시 45분. 둘째에게 씻고 준비하라고 미리 일렀는데, 아직 침대에 벌러덩 누워있었다. 9시까지 준비하면 되지 않냐고 오히려 당당하다.


소리쳤다. 빨리 준비하라고. 9시까지 준비하지 못하면 화내겠다고. 화내겠다고 미리 공표하는 것도 오랜만이다. 굼뜬 둘째가 움직였다. 그렇게 닦달하고 서둘렀건만 출발은 이보다 늦어져 9시 5분에야 출발했다.


화, 내지 않았다. 다만, 다음에 좀 더 일찍 준비하자고 웃으며 말해주며 신나는 음악 한 곡을 부탁했다. 나를 위해 ‘DJ DOC와 춤을’을 틀어 주었다. “사람들 눈을 의식하지 말아요.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 내 개성에 사는 이 세상이에요. 자신을 만들어봐요~~~” 그래그래, 너 자신을 좀 만들어 봐라 요놈아 ㅎㅎㅎ


좀 늦으면 무슨 대수랴. 늦으면 늦은 대로 또 대안을 찾으면 될 것이었다.


아내가 전화했다. 집합시간 10시라고 했다. 헐. 늦었다고 화를 내기라도 했으면 무안할 뻔했다.



느긋해진 운전. 20여분이 지났을 때, 둘째가 배가 아프다고 호소했다. 표정을 보니 도착 때까지 참으라고 할 수가 없었다. “아침에 왜 화장실 가지 않았냐” “아침 먹고 찬 것 먹지 말랬는데..”  등등 잔소리가 막 하고 싶었다.


하지 않았다. 해 봐야 서로 기분만 상하고 해결될 것은 없었다. 사태 해결 후 이를 말해도 늦지 않으리라. 고속도에서 빠지자마자 갓길에 차를 대었다. 용인 IC 톨케이트 직전에 안전해 보이는 곳에 차를 세우고 주위에 있는 높은 다리 밑으로 둘째를 데리고 갔다. 옆에 있어달라고 했다. 냄새가 고약했지만 참을 만했다. “아빠, 고마워” 평화가 찾아왔다.



화내고 야단하고 큰소리 낼 꺼리는 널리고 널렸다. 화내지 않아도, 야단하지 않아도, 감정이 상하지 않아도, 해결될 일 또한 부지기수다. 그렇게 함께하는 시간이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고 사랑으로 남기를 소망한다. 비 온 후 용인 어느 시골마을의 공기는 산뜻했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 노릇이 설마 하니 쉽기야 하겠습니까? 좋은 부모 노릇 겸 떠나는 자녀와의 여름휴가를 계획하신 다면, 출발 길에 “웬만하면 참자, 웬만하면 웃자”를 같이 외쳐보면 어떨까요? 여행중 더워도 화나도 서로 너그러워 지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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