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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문 Oct 20. 2016

지평선을 넘어

좋은 것과 나쁜 것은 없다. 우리의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

간만에 보는 수평선 같은 지평선이다. 더 넓고 순박한 이땅에도 시련은 있었고 우리는 프라하의 봄이라는 말로 이를 기억한다.

이곳을 다시 찾았다. 정해진 길이 싫어 떠난지 17년만에. 새로운 경험을 위해 감행한 97년의 작은 반란은 여전히 내 인생을 반추할때 잘한 결정이었다. 97년말부터 영국과 유럽에서의 좌충우돌 1년6개월.

 97년 여름이 일찍 시작되던 5월. (주)대우 종합상사에서 주재원으로의 정해진 길목에서 숨막히는 느낌과 벌써 내 인생이 박제되어 버린 듯한 암울했던 당시의 기억이 여전하다. 결혼하고 주재원생활 4년하며 아이낳고 돌아와 다시 몇년 그리고 이어지는 다른국가에서의 주재원생활, 또 그리고 발전과 성공의 체면을 걸어 반복적인 생활의 정해진 그림으로 부터 탈출, 그것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군복무 그리고 바로 이어진 직장. 쉼없는 내 인생에 한번쯤은 브레이크(쉼)가 필요했다.

무역과를 나와 종합상사에서 철강영업을 하던 나는 그이후 국내 반도체장비회사에서 OLED를 알았고, 이어 미국장비회사에서 LED를 알게되었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과 관계를 이어 회사를 만들었다. 온갖인간관계와 사업의 경험이 극적으로 펼쳐졌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벌써 5년차이지만 여전히 산넘어 산이다. 어짜피 대개의 사람이 꿈꾸는 가장 안정된 생활이란, 죽음 그후가 아닌가.

일련의 정해진 길이 아닌 다른 길을 가며 나는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인생에 있어 좋은 선택이나 나쁜 선택은 없다는 것을. 인생은 다른 선택과 다른 경험만 있다는 것을. 그리고 했던 선택에 대한 후회보다 망설이다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더 깊고 오래간다는 것을.

나는 오늘도 우연과 새로움을 즐기며 프라하역 서점에서 체코에서 내일 만날 사람을 생각하며 체코언어의 책을 샀다. 체코언어로 된 책을 선물로 전해 받고 기뻐할 사업파트터를 생각하며 이동하는 기차안에서 단상에 젖어 몇자 적는다. 내게 윌리엄세잌스피어의 이 말은 진정으로 진실이다.

Nothing is either good or bad, but thinking makes it 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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