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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은 Sep 12. 2020

‘소설 창작’에서 배운 것

쓴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


나는 무엇을 쓰고 싶은가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구는 서평을 쓰면서 시작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감상을 잘 정리된 형태로 쓰고 싶었다.
막상 쓰려니 어려웠다. 책을 읽는 동안 다양한 생각들과 감정들이 머릿속을 채웠지만 글로 옮기려고 하면 사유들은 흩어지고 시시한 말들만 남았다. 어렵게 글로 옮겨도 독서할 당시에 내가 느꼈던 감정을 잘 담지 못했다. 한마디로 나의 글은 생각만큼 근사하지 않았다.
어떻게 써야 감상을 제대로 담을 수 있을까.
글 쓰는 노하우가 필요할까?
해서 나는 글쓰기 강좌를 찾아보았다.

처음으로 선택한 강좌는 ‘글쓰기에서 시작하는 책쓰기’ 대충 이런 제목의 강좌였다. 책 쓰기까지 가능하다고? 그렇지만 내 눈에 더 들어왔던 홍보문구는 ‘처음 시작하는’이란 말이었던 것 같다. 충분히 오해를 불러올 수 있는 단어들이었지만 나는 강좌에 대해 더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덜컥 등록했다. A4 용지 한 장 완성하는 것조차 힘겨운 상태에서 수업에 참여했고 책을 쓰기는커녕 수업 때마다 허접한 글을 가지고 합평 시간을 견뎌야 했다. 내 글을 내 목소리로 읽어야 할 때의 난감함이란. 결국 커리큘럼이 다 끝난 후 배운 거라고는 내가 글을 잘 못쓰는구나 깨닫는 일이었다. 자신이 무엇을 쓰고 싶은지 아는 것부터가 글쓰기의 시작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강사가 계속 요구했던 목차를 세우는 작업은 아주아주 나중에, 엄청난 글이 쌓인 뒤에나 가능하다는 사실도.

그 뒤에는 정말 초보자들을 위한 에세이 수업을 들었고 강사의 꼼꼼한 첨석 덕분에 이야기의 구조, 소재 선택, 문장 다듬는 법 등 글쓰기 기초를 잘 배울 수 있었다.
마지막 수업이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강사는 나에게 소설을 써보라는 말을 했다. 문득 떠오르는 말을 가볍게 던졌을 테지만 그 말은 나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왜냐하면 소설을 쓴다는 건 지구 반대편에 누군가의 인생처럼 나에게는 너무나 동떨어진 세계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소설을 쓴다고요? 제가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소설 쓰는 거 별거 없어요. 지금 여기 모인 사람들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신촌의 한 카페에서 8명의 여자들이 모여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이렇게 시작하는 거죠.’
‘아, 네....’

강사의 말은 마음에 깊이 세겨졌다. 그리고 몇 달 후 나는 소설 입문반에 등록했다.
수강생들의 이력은 다양했다. 이미 소설을 써본 사람도 있었고 나처럼 처음인 사람들도 있었다. 수업 초반에는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배웠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정해진 합평 순서에 따라 각자 자신의 작품을 선보였다. 나는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원고지 100매짜리 단편소설에 대한 합평을 받아보았다. 소설을 완성해가는 몇 주간, 참 어렵고 힘들었지만 마침내 글을 끝냈을 때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행복감 같은 것이 있었다. 현실과 동떨어진 어떤 세계 속에서 한참을 머물다 나왔을 때 나는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무지 완성될 것 같지 않던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는 기분은 써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었다. 소설을 쓰는 것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써봐야 알 수 있었다. 소설을 쓴다는 건 어떤 사유를 기승전결의 형식에 맞춰 재미있게 써나가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적 형식에 맞춰 쓰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지만 얼마나 공감할 수 있게 쓸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고 훨씬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에 나와있는 모든 소설이라면 꼭 필요한 그것. 독자와의 교감.
몇 번의 소설 합평을 거치면서 가장 희망했던 순간이 바로 그 공감의 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양한 수강생 작품들을 읽으면서 우리가 사랑하는 소설가들이 새삼 위대해 보였던 이유도 공감이라는 게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국 글을 쓰고 싶다는 건 강원국 작가의 말처럼 관종이 되고 싶다는 거니까. 누군가 나의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건 아닐지.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나는 무엇을 쓰고 싶은가.
지금까지 내가 써봤던 다양한 글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독자와 교감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에세이, 서평, 소설 어떤 글이든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더 많이 공감해줬으면 하는 게 모든 글 쓰는 사람들의 희망 아닐까.
에세이부터 소설 쓰기까지 모두 의미 있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흥미를 느끼고 잘 쓸 수 있는 분야는 무엇일까.
어떤 글을 쓸 때 나의 강점이 가장 잘 드러날까.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어떤 글을 쓸 때 가장 행복했는가.


코로나 때문에 소설 강좌를 수강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지난 몇 달간 갑자기 휴강 문자를 받을 때도 많았고 수업이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다. 당분간 대면 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앞으로는 모니터 화면을 보면서 합평을 할 수도 있겠다.


어찌되었건 글을 쓰고 싶었다면 

지금 우리를 둘러싼 

언택트의 시공간은 

글쓰기에 최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쓸 것인가 고민하지 말고

뭐라도 좋으니 제발 계속해서 글을 쓰라고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생각나는 대로.

Keep Wri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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