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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은 Nov 24. 2020

지지와 응원

코로나로 지친 모두에게


오늘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된다. 카페는 포장만 가능하고 앉아있지 못한다.


나는 거의 매일 카페에 갔다. 습관처럼 가서 책도 읽고 글도 끄적였는데 지난 8월 이후 나의 일상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라는 놈 때문에 지금까지 우리가 얼마나 다른 삶을 살고 있나. 다시금 경계의 고삐를 좀더 조인다고 엄청난 파동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8월에 2.5단계를 경험했고, 이 상황이 오래 지속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 여러나라 상황은 우리보다 더 나쁘다는 뉴스를 보면 걱정이 된다. 전세계 사망자 수는 백만명이 넘었다. 코로나가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고, 백신이 배포가 되더라도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감은 한동안 우리의 발목을 놔주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쉽게 물러나지 않는 코로나를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부쩍 많이 하게 되는 요즘이다.

아직 청춘인 딸을 보고 있으면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대학생인 딸은 코로나가 없었던 작년 겨울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신청했었다. 그리고 올 여름 지원했던 네덜란드의 한 학교에서 지원가능 통보를 받았다. 하지만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그때 가는게 좋겠다며 마음을 접었다. 이후 한 학기를 보내면서 딸은 이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오늘 나에게 말했다. 교환학생을 가지 않겠다고. 나는 알겠다고만 말했다.


코로나가 없었다면 지금쯤 딸은 출국을 위한 준비로 바빴을 것이다. 내년 초쯤 비행기를 타고 한국을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계획들은 없던 것이 되었다. 딸은 교환학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부터 다시 했을 것이다. 그 질문은 이 선택이 취업에 도움이 될까, 취업 시장은 어떻게 될까,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많은 질문들이 머리속을 복잡하게 했을 것이다. 혼란스런 시간을 보내고 내린 결정이었을테고 나는 안타까운 마음이 컸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코로나가 있건 없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정답은 없다. 매일 매일을 살아가며 내 시험지에만 적용되는 정오표를 확인할 뿐이다. 이건 정답 맞았네, 이 문제는 답을 정말 모르겠어. 혹은 조금만 신중했더라면, 실수만 안했더라면 답을 찾았을텐데. 그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정답이 명확하게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인생의 어떤 순간은 정답 혹은 오답으로 나뉠 수 없는 텅빈 공간이 주어질 때가 있다. 아니 그런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그 공간에 무엇을 쓸지는 개인마다 다를 것이다.


중요한 결심을 한 딸을 보면서 나는 한동안 마음이 먹먹했다. 코로나라는 이 시간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될까. 앞으로 이 아이는 어떤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될까.


가끔 아이가 물어본다.

돈은 별로 못 벌어.
하지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어.
그래도 엄마는 나를 지지해 줄 거야?



딸의 돌발 질문에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나의 부모에게 무엇을 바랬던가. 생각해보면 아무리 별볼일 없는 일을 하고 있더라도, 아니 아무 것도 못하고 방황하고 있더라도 나를 응원해주기를 바랐다. 때로는 그들이 원했던 방향이 아니더라도 내 선택에 무한대의 지지를 보내주기를 바랐다. 부모라면 당연히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부모의 모습이 되었나?

자신이 없다.

코로나 때문에 미래는 더욱 불확실해 졌고, 무엇이 좋은 선택인지 판단할 근거는 더욱 희미해져버렸다.


질문을 받았을 때는 대충 얼버무리 듯 그러겠지 뭐 하고 말았지만

다시 묻는 다면 대답해줄 것이다.

내가 내린 선택을 지지해 줄 거라고.

세상을 해석하는 눈은 결국 스스로 찾아내야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말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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