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쟝 May 29. 2022

디자이너에서 서비스 기획자로(1)

일단 퇴사하겠습니다.

기획. 

책상에 붙어있는 이름표 옆에 직무가 적혀있다. 기획. 기획이라고 적힌 것을 볼 때마다 기분이 이상하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달 전만 해도 에이전시의 UI/UX 디자이너였으니까 말이다. 이제 더 이상 디자인 업무를 하지 않고 피그마를 켜지 않는다는 것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익숙하지가 않다. 당장이라도 피그마를 켜서 버튼을 디자인할 거 같다.

명함에도 예전엔 UI/UX 디자이너라고 적혀 있었지만, 지금 회사에서 받은 명함에는 Product Manager 이 인쇄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젠 정말 기획자의 길로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왜 멀쩡히 잘 다니던 디자인 에이전시를 나와서 스타트업으로 간 것일까? 기획자로 전향하게 된 이유에선 전 직장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다.


행복한 에이전시 생활.

회사 사람들은 모두 좋은 분들이셨고, (오래 다니지 않아서 일수도 있지만) 내가 속한 팀은 야근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연봉도 에이전시 신입치고는 굉장히 많이 주는 편이었다. 입사하고 하루하루 행복했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회의감.

내가 투입됐던 프로젝트에서 나의 포지션을 알 수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주는 업무를 받아서 수행한다는 것 밖에 하는 것이 없었다. 프로젝트 중간에 투입됐다 보니까 왜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는지, 왜 팀은 이렇게 배정이 되었는지, 왜 나는 기획자한테 그저 와이어프레임만 보고 피그마에서 컴포넌트를 얹는 디자인만 하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날로 커져갔다. 일이 어렵지 않고 많지 않아서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회의감이 들었다. 


일단 퇴사.

회의감이 들었던 이유는 성향의 차이와 내가 원하던 직무의 혼동에서 있었다. 내가 관심 있어하는 것은 유저를 탐색하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해 UI나 UX라이팅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는데, 전혀 관련 없는 그래픽적인 것만 하고 있어 이런 갭 차이가 생긴 것이었다. 내가 원하고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해야 그것에 맞춰서 준비할 수 있다 생각하고, 일단 이번 달까지만 하고 퇴사한다고 이야기했다. 



다음 글은 서비스 기획자로 취준하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