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무얼 감추고 있니?
내 눈에만 보인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있다.
타일로 된 벽,
아직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욕실 바닥,
나무결이 살아있는 가구.
이런 것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이들이 속에 감추고 있던 모습들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러면 나는 검정색 크레파스로 덮여 있는 숨은 그림이 보고 싶어 손이 까매지는 줄도 모르고 검정색 크레파스를 긁어내던 어린 시절처럼 가만히 그 사물의 위를 덮고 있는 검은 그림자를 지워 나간다. 그러면 서서히 드러난다.
내 눈에만 보이는, 딱 한 번 나타나고 그대로 사라져 버리는 형체들이.
언제부터였을까.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림이 말을 걸어온다.
물론 모든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 오는 것은 아니다. 처음 만나는 모든 사람이 내게 말을 걸어 오는 것은 아닌 것처럼,
얼마 전 타일이 내게 말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