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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uda Feb 10. 2020

Starbucks E Columbia St N.W

오늘 아침 일어난 내가 분명 나인가?


벽돌과 초록색이 참 잘 어울린다


여러 공연과 행사를 알리는 보드


왠지 꼬마가 가리키는 손 끝에 시선이 머문다


아이가 친구 생일 파티 초대를 받아 데려다주고 가는 길에 들른 Columbia st. New Westminister Starbucks.
한 꼬마가 메뉴가 낯선지 손가락으로 자신이 주문하고 싶은 메뉴를 가리킨다
꼬마가 가리킨 메뉴가 메뉴판 꼭대기에 적혀 있나 보다
직원이 까치발을 하고 손을 뻗어 아이가 가리킨 메뉴에 손을 갖다 댄다
그 모습이 카페에 흐르는 음악과 어울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 카페.
냄새가 없다
그 익숙한 커피 냄새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이곳 스타벅스 카페는 천장이, 벽이 냄새를 흡수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향이 느껴지지 않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어두워져 가는 창 밖 웨스트 민스터 거리의 저녁에 나를 살며시 내려놓는다
여전히 창 밖의 어둠에도 냄새가 없다
거리가 냄새를 빨아들여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난 냄새에 민감하다
가끔은 내 옆을 스치는 코끝의 향기가 그 사람의 좋고 싫음을 결정하기도 할 만큼..
그래서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좋아하는 향기를 선물하는 것을 좋아한다
향기 때문에 그 사람을 잃고 싶지 않아서..
그런데 이곳.
직원이 쓰레기통을 바로 내 앞에서 끌고 나가는데도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하물며 문을 열고 닫을 때의 찬바람 냄새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냄새가 없어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 이곳에서 난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기분이 든다
혹시 회중시계를 들고 있는 토끼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냄새 없는 세계로 빨려 들어온 건가?
오늘 아침에 일어난 나는 분명 나였었나?

어둠이 내려앉은 지 한참인데
불이 켜지지 않는 거리를
흐린 불빛의 카페 안에서 내다보며
오늘 아침의 내가
지금의 나인지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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