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부터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요즘 갑자기 집밥 타령을 하는 아이 덕분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마트에 들려 장을 본 후 근처 스타벅스를 찾았다 처음 와보는 곳이다 그칠 때가 된 것 같은데 빗줄기는 가늘어지지 않고 잠깐 차에서 내릴 때도 겉옷이 흠뻑 젖는다 대충 옷에 뭍은 빗물을 털고 설레는 마음으로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왠지 내 옷의 물기가 모두 마른 것처럼 상쾌한 기분이 든다 Hawkins Street Starbucks. 적당하다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곳이다 적당히 분주하고 적당히 조용하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난이도 상의 숨은 그림 찾기처럼 알 듯 말 듯한 이 낯선 느낌. 앗! 중국인들이 없다 단 한 명도.
매장에 중국인이 안 보인다
생각해보니 아까 마트에서도 유난히 한가한 느낌이 들었다 주유할 때도 주유소 직원이 내 차 주유구 문을 열어주며 "도와줄 것 없나요? 영 레이디!"라고 인사를 했다 다른 곳보다 기름이 싸다는 이유로 언제나 길게 늘어 선 줄과 사람들에 치여 사무적인 직원들의 모습만 보다가 여유 있게 인사를 건네는 인상 좋은 아저씨를 보니 나도 모르게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의 하루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바로 이 여유로움의 정체가 중국인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니ᆢ
중국인들이 안 보이는 것이 코로나의 시작이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아시아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처음 이곳에 집을 구할 때, 아시아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것은 그만큼 살기 좋다는 뜻이라며 걱정 말라던 리얼터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대형 Mall, 은행 등 모든 편의 시설과 스카이 트레인 역, Recreation center, 그리고 무엇보다 내게 중요한 도서관이 걸어서 10분 안에 있었다 이렇듯 살기에 편한 곳이다 보니, 중국인들이 너무 많아 가끔은 내가 중국에 와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한국 사람들도 많긴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목소리가 크지 않아 별로 많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중국인들은 둘만 모여서 이야기를 해도 쳐다보게 된다 어쩌면 중국인들의 큰 목소리가 그들의 존재감을 더 느끼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어제 아이 학교 같은 반 중국인 아빠를 만났는데 그 아빠 말에 의하면 거의 모든 중국인들은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집에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들 많은 곳은 아예 가지 않고 부득이하게 가게 된다 하더라도 마스크 쓰고 단단히 무장을 한다고ᆢ 내가 마스크를 살 수 없는 이유가 중국인들이 한꺼번에 사재기를 한 까닭임을 그를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자기 딸아이는 학교 이외의 모든 방과 후 활동은 하지 않는다고ᆢ
그러면서 그 아빠가 덧붙였다
중국인들은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먹는다고
나는 그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며
네발 달린 것 중에 중국인이 안 먹는 건 책상이고 날아다니는 것 중에 중국 사람들이 안 먹는 건 비행기라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