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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lluda Feb 06. 2020

Starbucks Lougheed Hwy

커피 한 잔에 마음이 젖을까 봐..


비에 젖는 것은 비단 내 마음 뿐이 아니었다


비가 와서인가. 왠지 세상이 차분히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이다


Social distances를 지키는 사람들


비를 맞았다
보슬보슬 내려오는 비가 어깨에 닿자마자 사라져 내가 젖고 있는지도 몰랐는데 한참 후 마음까지 젖었음을 느꼈다
젖은 마음에는 커피가 짝꿍이다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를 찾아 문을 열고 들어갔다
윈도 브러시가 한번 쓸어 준 유리창처럼 깨끗한 느낌.
내 마음도 한번 그렇게 쓸어내려져 맑아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도 아닌 것이, 비도 아닌 것이 하루 종일 오고 있다
낯선 곳에서 살다 보니 확실하지 않은 것은 막연하게 불안하다
아마도 돌다리를 두드려 보고 건넜음에도 빠지기 일쑤였던 지난 삶이 보내주는 신호일 것이다
맑은 날은 바라지도 않는다
한 달 동안 20일 넘게 비가 오는 밴쿠버다 보니 눈이든 비든 하나만 왔으면 좋겠다
그래야 일이 없어서 일이 많은 나 같은 사람이 날씨에 맞춰 하루를 시작할 수 있기에..
그래야 오늘처럼 이렇게 대책 없이 마음이 젖어버리는 일을 만들지 않을 수 있기에..
커피를 들고 향을 맡는다
오늘은 커피가 아닌 향만 마시고 싶다
이미 젖어버린 마음이 커피로 한번 더 젖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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