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도시 남녀의 사랑법> 속 '윤선아'로 살고 싶다
아는 사람이 없는 공간에서 온전한 '쉼'이 필요했던 '나'
2020년 12월 카카오TV를 통해 오픈된 웹드라마 <도시 남녀의 사랑법>을 처음 넷플릭스 콘텐츠 목록의 '지금 뜨는 콘텐츠'에서 봤을 때도 관심 없었다. 또 한창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될 때 인스타그램 피드에 드라마의 한 장면들이 눈에 보였을 때도 관심 없었다.
그렇게 관심 없던 내가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인스타그램에서 본 <도시 남녀의 사랑법> 속 한 명대사를 본 것이다.
양양까지 내가 어쩌다 오게 됐는데
내가 싫어서 왔잖아.
이은오, 나 자신이 싫어져서
윤선아가 되기로 하고 결심했잖아.
그냥 흘러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내가 하고 싶은 거
그거 다 해 보자고 결심했잖아
매일매일 파티하는 것처럼
살겠다고 생각했었어
내 마음, 막을 필요 없잖아.
_<도시 남녀의 사랑법> 중 ‘윤선아’
왜 이 대사를 보고 나는 관심을 두게 되었을까? 그건 나도 그때의 ‘나’의 모습이 싫은 상황에서 ‘윤선아’가 된 ‘이은오’의 심정을 100% 공감했기 때문이다. 동질감을 느끼게 해 준 ‘이은오’를 제대로 보고 싶었다.
연휴가 길던 어느 날,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나는 꼭 보고 싶었던 드라마 <도시 남녀의 사랑법>을 넷플릭스를 통해 1회부터 정주행 했다.
화면 속의 ‘이은오’가 면접장에서 마주친 실제 ‘윤선아’의 이름을 가진 개성이 강한 면접자가 합격하고, 자신은 불합격하는 일을 겪는다. 그리고 함께하던 연인의 배신까지 겪는다. 충격으로 그냥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훌쩍 강원도 양양으로 떠난다. 그곳에서도 실패했다고 느껴지는 자신의 이름 ‘이은오’를 지우고, 닮고 싶은 ‘윤선아’의 이름으로 살아간다.
번아웃에 빠진지도 모르고 번아웃에 빠져 있던 나는 드라마 등장인물인 강원도 양양에서 '윤선아'가 된 '이은오'를 보고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리고 나도 '윤선아'처럼 내가 사는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나 전혀 다른 사람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
그리고 퇴사가 정해진 이후로 곧바로 제주행 ‘편도’ 항공권을 예약했다. ‘이은오’가 ‘윤선아’가 된 것처럼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보는 건 아니지만 낯선 곳에서의 삶을 살아보려고 계획을 하기 시작했다. 계획하고 제주행 ‘왕복’ 비행기가 아닌 ‘편도’ 항공권을 예약한 순간부터 기분이 좋았다. '내가 언제 돌아와야 하는 날을 고려하지 않고 비행기를 타고 떠날 수 있었던가?' 제주도로 떠나기로 정해진 이후의 날들은 꿈만 같았다.
소소하지만 대범했던 용기 있는 나의 선택이 내게 큰 깨달음을 줬다. 나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받는 어떤 약 처방도 아닌 온전한 '쉼'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