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번아웃을 이겨낸 나만의 방법 (1)

제주 한 달 살이가 내게 알려준 것

by 젤리명은

여행지에서 나는 '나'를 찾는 여행을 하다


워라밸.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의미인 'Work-life balance'의 준말이다. 워라밸은 연봉에 상관없이 높은 업무 강도에 시달리거나, 퇴근 후 SNS로 하는 업무 지시, 잦은 야근 등으로 개인적인 삶이 없어진 현대사회에서 직장이나 직업을 선택할 때 고려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지난 직장 생활 10년 동안의 '나'는 워라밸의 중요성보다는 '돈'의 중요성을 더 큰 가치로 여기고 살았다. 남들 다 연차를 쓰고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떠날 때도 '그냥 일하고 연차수당 받자'의 마인드였다. 지금은 통용되지 않는 말인데,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잖아. 뭐 어때?'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직장 생활 10년 만에 내게 번아웃이 왔다. 번아웃과 동시에 퇴사를 결정한 후, 퇴사 후 바로 떠날 제주 보름 살이를 준비했다. (처음 계획은 한 달 살이가 아닌 보름 살이었다. 이후 보름을 더 살면서 한 달 살이가 됐다) 제주 보름 살이를 위한 준비 중 가장 큰 준비는 단연 숙소를 정하는 일이었다. 숙소는 고심 끝에 '제주 조천 스위스 마을'로 정했다.


퇴사 후, 3일 정도 쉬면서 짐을 꾸린 후 바로 제주로 떠났다. 제주도에 도착해서 첫날밤을 잊을 수 없다. 나만이 쓰는 주거공간을 처음 가져봤다. 그래서 빨래를 돌리며 그저 앉아서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다음 날을 걱정하지 않고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 나에게 준 소소한 선물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꼈다. 그날 밤, 정말 오랜만에 푹 자고, 이튿날 상쾌하게 눈을 떴다. 나 분명 불면증으로 잠도 잘 못 자고 아침에도 잘 못 일어났는데 제주에서는 알람이 필요 없이 그냥 눈이 떠졌다. 제주에서의 1박 만에 잠에 대한 불편함이 사라졌다. 그래서 신기했다.


제주도에서의 나의 일상은 아침에 일어나서 먹고 싶은 메뉴로 요리를 해 먹고, 읽고 싶은 책을 읽거나 OTT 서비스를 즐기다가 선선해지는 밤이 되면 마을을 산책하고 오는 것이었다. 또 어떤 하루는 바다가 보고 싶으면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 안 걸리는 곳에 있는 함덕해수욕장에 간다. 그리고 평소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마음껏 누구의 눈치도, 시간에 쫓기지도 않으며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좋아하는 빵집에 들러 빵을 사 간다. 그리고 숙소에 돌아와서 빨래를 돌리고 밥을 해 먹는다.


제주도로 떠나기 전, 혹시 제주도에 가셔서 우울할 때 드시고 이겨내 보라는 의사 선생님의 처방으로 받아온 약봉지가 있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그 약봉지를 꺼낼 일이 없었다. 그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온전히 쉬면서 나는 일상을 살았을 뿐인데 말이다.


나는 가끔 힘들 때 생각한 적이 있다. 나는 도대체 무얼 위해 이렇게 매일매일 괴롭게 사는 거지? 맞아, 나는 결국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다. 그래서 내가 행복하게 사는 건 뭔데? 바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소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것. 그런데 행복하게 살기 위해 그렇게 살았는데 나의 행복인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도 점점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내가 살아가는 방법에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제주도에서 살면서 깨달았다. '살아가는데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라는 워라밸의 중요성. 돈도 중요하지만 '나'를 지키며 내 삶의 균형을 지키며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 물론, 지난 나의 열심히 살아온 과거를 모두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단단한 '나'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과거의 '나'도 현재의 '나'도 모두 사랑하며 받아들인다. 그리고 앞으로의 '나'는 현실과 조금은 타협이 필요할 수 있겠지만, 과거의 '나'보다는 조금은 더 '나'를 돌보며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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