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정규직 6년
"저는 관리부로 들어왔는데요?"
스타트업으로 첫 출근하던 날, 나의 첫마디 말이었다. 내가 입사 전 취업포털 사이트의 채용공고에서 입사 지원하고 면접까지 본 관리부서가 아닌 온라인 마케팅과 영업을 함께 병행하고 있는 부서로 자리 배치를 안내받은 것이다. 내가 당황하며 질문하자 관리부 책임자님께서 내게 면담을 하자 하셨다. 그리고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 회사인지, 또 어떤 제품을 파는지 아시나요? 잘 모르죠? 경영 관리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업무도 경험해 보는 게 업무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나는 그날 자리 배치받은 부서에서 내 담당 사수로부터 업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당시 담당 사수에게 미안하지만, 내 정신은 다른 곳에 가 있었다. 퇴근 후 집에서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때 관리부의 책임자님께서 내게 한 말이 그저 나를 설득하기 위한 거짓말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말은 생각할수록 묘하게 설득력 있었다. 그리고 일리 있는 말이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 영업을 배워 보겠어? 옥션, 지마켓에 상품 등록을 해보겠어?"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마음을 바꿔 먹었다. 다음날 출근해서는 전날과는 다른 태도로 사수로부터 더 배우기 위해 노력했다.
옥션, 지마켓,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같은 판매자가 원하는 대로 상품 등록을 하고 바로 판매가 가능했던 오픈마켓과 롯데닷컴과 같이 상품 등록 후 MD의 승인이 이루어져야 판매가 가능한 종합몰, 고도몰을 통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자사몰을 포함한 다양한 온라인 쇼핑몰에 상품을 등록, 수정하고 또 가격을 설정해야 하는 방법 등을 배우면서 재미있게 일했다. 어떤 날은 내가 올린 상품이 판매되어 처음 경험해 보는 기분 좋음도 있었다. 또, 고객과 직접 통화하며 판매도 해봤다.
다음, 네이버 카페, 블로그에 처음 홍보를 위한 글을 쓰다
적응도 끝내고 배운 걸 응용도 해보고, 사수 없이 일을 할 수 있을 때였다. 갑자기 대표님과의 1:1 면담이 이루어졌다. 면담의 내용인즉, 새로운 부서를 만들 예정인데 그 부서에서 일할 의향이 있는지였다. 새로운 부서는 마케팅 기법인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을 담당하는 부서였다. 그때 새로운 부서에는 바이럴 마케팅 회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경력직 직원이 팀장으로 새로 왔다. 그래서 또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고민이 됐다. 하지만 경험을 안 할 이유가 없었기에 수락했고 도전했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바이럴 마케팅 대행 회사에서는 어떻게 바이럴 마케팅을 하는지 배웠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쓰는 글로 인해 고객의 실제 구매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내가 상품을 등록, 수정하는 등의 행위가 매출로 전환되었을 때의 기분보다 훨씬 뿌듯하고 기뻤다. 요즘의 마케팅 기법과는 다를 수 있지만 그때 처음으로 마케팅의 매력을 느낀 것 같다. 그때 배운 경험은 지금도 내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며, 유용하게 응용하고 있다.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 네티즌들이 이메일이나 다른 전파 가능한 매체를 통해 자발적으로 어떤 기업이나 기업의 제품을 홍보할 수 있도록 제작하여 널리 퍼지는 마케팅 기법으로, 컴퓨터 바이러스처럼 확산된다고 해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출처: 네이버 시사경제용어 사전)
"제작 한번 해보지 않을래요?", "저는 포토샵 할 줄 모르는데요..."
내가 바이럴 마케팅 부서에서 한창 일할 때였다. 당시 회사에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원가 절감을 위해 자체 제작을 할 수 있는 부서가 생겼다. 그리고 그 부서 직원은 2명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매일 칼퇴근을 할 때면, 제작 부서 직원들이 자주 야근을 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어느 날 대표님과의 1:1 면담이 또 이루어졌다. 그리고 설마 내게 그런 제안을 할 줄은 몰랐다.
"제작 부서에 인원을 충원할 계획이에요. 그리고 그 부서에서 회사의 카페와 블로그를 새로 만들어 관리했으면 좋겠는데, 명은 씨가 글도 잘 쓰고 하니까 그 업무를 맡아줬으면 좋겠어요."
당연히 바이럴 마케팅 부서에서 오래 일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다음 부서 이동이 제작 부서일 거라는 상상은 못 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이전의 부서 이동 때와 같은 이유로 제작 부서로의 이동 제안을 수락했다. 사실 제작 부서로의 부서 이동은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내가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내가 직접 새로운 걸 기획하고 만들어 낼 자신이 없었다.
그때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 열심히 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말을 빠르게 배워나간 시기였다. 또, 개인적으로는 포토샵을 배우면서 자격증을 따내기도 하는 성과도 있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일들도 경험하는 좋은 시간이었다.
제작 부서에서 일하는 동안은 배울 것도 많고, 그걸 활용해 해내야 할 업무도 많았다. 그래서 밤샘을 해야 하는 상황이 참 많았다. 20대의 체력의 힘은 굉장하다는 걸 느꼈던 것 같다. 어떤 때는 새벽 3시~4시까지 일하고도, 다음 날 끄떡없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근하고 일하고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그렇게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것 같지만...!
오늘 소셜미디어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성장하는 법을 알려주는 크리에이터이자 기업가인 드로우 앤드류의 유튜브 콘텐츠 중에 온라인 콘텐츠 창작자 클래씨와 함께 나오는 영상을 봤다. 영상 속에서 클래씨가 몰입에 대해 이야기하며 하는 말을 듣고 내가 제작 부서에서 일할 때가 생각났다.
“진짜 미치는 게 뭔지를 스스로 알아야 돼요. 진짜 미친 듯이 해보니까 *임계량이 높아져서 다른 것들을 할 때 이 정도면 미친 게 아니지.”
_출처: 유튜브 드로우 앤드류 중 | 덕후가 성공하는 시대, 취향 있는 사람이 잘 되는 이유 @클래씨 ClassyTV
나는 그때 내 인생에서 최대의 몰입을 하며 진짜 미치는 게 뭔지 알 수 있었고, 나의 임계량도 높아진 시간이었다.
*임계량: 핵분열 물질이 연쇄 반응을 할 수 있는 최소의 질량 (출처: 네이버 어학사전 > 국어사전)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가?
어김없이 대표님과의 1:1 면담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내가 처음 회사에 들어오면서 원하던 부서에서 일하게 됐다.
스타트업의 경영관리는 쉽지 않았다. 체계도 잡혀있지 않아 중구난방이었다. 그래도 회사의 조직도에 있는 전체 부서에서 근무했던 경험에 굉장히 큰 도움이 됐다. 왜냐하면 회사 조직도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경영관리와 지원을 함에 있어서 필요한 부분들을 정확히 파악해서 할 수 있었다.
관리부서에서 일하며 초기와 성장기를 모두 경험하며 스타트업의 경영을 함에 있어서 모든 일들을 경험하고, 내 것으로 만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확실히 내가 맡은 임무의 중요도가 비교적 높아지면서 나의 어깨의 돌은 더 무거워졌다. 그렇게 야근은 일상이 되었고 워라밸은 완전히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