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종영했다. 박신우 감독과 조용 작가가 의기투합한 이 드라마는 버거운 삶을 짊어진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김수현 분)와 감정이 결핍된 동화 작가 고문영(서예지 분)의 러브 스토리를 그린다.
자폐 성향을 가진 형 상태(오정세 분)를 지켜주는 존재로 살아온 강태는 어른이 되어도 늘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가면 속에 갇혀있다. 이때 문영의 등장은 강태의 삶에 일종의 균열을 낸다. 강태는 뭐든 제멋대로 해야 속이 시원한 문영의 행동들이 달갑지 않지만, 오히려 그녀를 만나 가짜 얼굴을 벗어던지게 된다.
문영 또한 마찬가지다. 문영은 공포의 대상인 엄마라는 존재에 늘 묶인 채 악몽을 꾼다. 하지만 강태를 만나고 그녀는 자신과 엄마를 분리할 수 있게 된다. 긴 머리를 스스로 잘라내는 행위는 이를 대신한다. 마치 개가 목줄을 끊어내듯 머리카락이 잘려나갔을 때, 문영은 비로소 밝게 웃어 보일 수 있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하지만 모든 동화가 그러하듯이 이야기에는 악당이 존재한다. 바로 문영의 엄마다. 과거 강태의 엄마를 잔인하게 죽인 장본인이자, 어느 날 홀연히 사라져버린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드라마는 그녀의 생사조차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리고 그녀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뜻밖의 반전을 선사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의 두 얼굴을 마주한 순간 이야기에는 긴장감이 맴돈다. 그러나 그녀는 늘 그곳에 있었다. 곳곳에 뿌려진 단서들을 교묘히 스쳐가며 주인공들을 맴돌며, 악당의 역할을 철저히 수행했다.
그렇다면 이 동화의 악당을 물리칠 사람은 누구인가? 그건 엄마를 두려워하는 문영도, 그녀를 구하러 한 걸음에 달려온 강태도 아니다. 바로 '나비'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강태의 형, 문상태다. 자신의 엄마가 살해된 현장을 목격하고 오랜 시간 그 기억 속에 갇혀 살았던 상태는 위험에 처한 동생들을 제 손으로 구해낸다. 이때 상태는 자신을 꽁꽁 감싸고 있던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아름다운 벽화 위에 나비 한 마리조차 그리지 못했던 상태는 끝내 자신의 손으로 '착한 나비'를 그리며 성장한다.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그림자 마녀가 훔쳐간 건 이들 세 사람의 진짜 진짜 얼굴이 아니라, 바로 행복을 찾으려는 용기였답니다."
이러한 그들의 성장담은 마지막 화인 '진짜 진짜 얼굴을 찾아서'라는 동화와 연결된다. 감정이 없는 깡통소녀와 가면을 쓴 소년, 그리고 상자를 뒤집어 쓴 아저씨가 캠핑카를 타고 여행하는 이야기. 그들은 각자의 결핍에서 벗어나 서로를 구원하고 가족이 된다.
완벽하게 자유로워진 그들은 이제 어디로 갈까? 드라마는 영원히 함께 붙어있을 줄 알았던 상태가 동생의 그늘에서 벗어나 진짜 어른을 선언하며 끝난다. 형의 보호자라는 목줄을 비로소 끊어버릴 수 있게 된 강태의 복잡한 감정은 그의 뜨거운 눈물로 대신 그려진다.
총 16부작으로 전개된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이처럼 여러 가지 결핍을 끌어안은 인물을 앞세우며 그들과 같거나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에게 위로를 안긴다. 조금은 이상해도 괜찮다는 것, 그러니 함께 '우리'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아름답게 막을 내린다. 때문에 이 긴 여정을 함께 한 시청자들은 가슴 속에 세 사람을 기억한 채 보다 따듯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