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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 Jun 17. 2020

드라마 <사의찬미>, 찬란한 죽음을 위하여

"당신은 지금 살고있소?"


SBS 드라마 '사의찬미' 방송 캡처



 * 본 글에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 살고있소?



 지난 2018년 방영된 SBS 드라마 '사의찬미'는 배우 이종석과 신혜선이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으로,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신혜선 분)과 그의 애인이자 천재극작가 김우진(이종석 분)의 러브스토리를 그린다.


 드라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극작가 김우진의 작품세계다.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의찬미'는 자유를 빼앗긴 세상에서 끝까지 자신의 글을 놓지 않으려는 김우진의 열정과 고뇌가 담겨있다. 작품 중간마다 실제로 그가 집필한 문장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의 비극적인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아버지는 대체 저더러 살라는 것입니까? 죽으라는 것입니까?"


 김우진의 아버지도, 그의 아내도 모두 그가 글쓰는 것을 반대한다. 그러나 윤심덕은 유일하게 그의 집필을 응원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때문에 김우진은 외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글을 놓지 않은 동시에 윤심덕을 사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윤심덕이 김우진을 사랑한 방식에서 우리는 그가 가진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성악이 아직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시대에서 큰 무대에 올라서기까지 그녀는 끝없이 노력했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을 일으키고 동생들의 유학을 돕기 위해 성악이 아닌 대중 음악을 녹음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조선총독부 지시 아래 노래를 하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건 영혼의 학살과 다름이 없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애쓰는 이들 가운데, 윤심덕은 음악으로나마 그 뜻을 이루고 싶었을 것이다.


 때문에 두 사람은 사랑과 자유를 위해 죽음을 택할 수 밖에 없다. 아버지의 가업과 글 사이에서 고뇌하는 김우진과 조선으로 돌아가는 순간 일본으로부터 자유를 박탈당하는 윤심덕. 두 사람의 결말은 죽음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모두가 잠든 밤, 선상 위에서 마지막 춤을 추며 이 비극을 찬미한다. 카메라 앵글이 검은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비출 때, 그들은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다.


 "당신은 지금 살고 있소?"

 "아니오, 그러나 死를 바라고 있소. 참으로 살려고."

 - 1926년 5월 4일, <死와 生의 이론>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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