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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 May 08. 2020

아이유 <에잇>, 추억이 숨쉬는 오렌지 섬

"우리는 오렌지 태양 아래 그림자 없이 함께 춤을 춰"



우리는 오렌지 태양 아래
그림자 없이 함께 춤을 춰



 아이유의 새 앨범이 공개됐다. 지난 6일 발매된 '에잇'은 세 번째 나이 시리즈 곡이다.


 앞서 아이유는 스물 세 살의 이야기를 담은 '스물셋'과 스물다섯의 감성을 그린 '팔레트'를 발표한 바 있다. '맞혀봐 어느 쪽이게?'라며 갈팡질팡 솔직한 마음을 내비치던 스물셋과, 스스로를 '이제 조금 알 것 같아'라고 말했던 스물다섯의 감성은 매년 그 나이를 지나가고 있는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안겼다.


 그런가하면 신곡 '에잇'에서는 이전보다 더욱 깊어진 감성으로 대중들을 찾아왔다. 이번 역시 아이유가 직접 작사를 했으며, 여기에 방탄소년단(BTS)의 슈가가 프로듀싱과 피처링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댄스/팝 장르인 '에잇'은 한 여름 밤 드라이브와도 잘 어울리는 리듬을 갖고 있다. 얼핏 들으면 마냥 신나는 곡으로 오해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가사를 잘 살펴보면 화자가 전하고 싶은 스물 여덟은 마냥 그렇게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은 것 같다.


 "So are you happy now / Finally happy now are you"


 곡은 '행복하냐'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화자는 '다 잃어버린 것 같다'고 답한다. 즉, '에잇'은 스물 여덟이 느낄 수 있는 '상실'을 담은 곡으로 볼 수 있다.


 아이유는 앨범 소개를 통해 "나의 스물여덟은 반복되는 무력감과 무기력함, 그리고 '우리'가 슬프지 않았고 자유로울 수 있었던 '오렌지 섬'에 대한 그리움으로 기억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때 등장하는 '오렌지 섬'이라는 공간은 행복했던 어떤 기억과 관련된 가상의 공간이다. 우리는 찰나로 스쳐가는 현재 위에 놓여있으며, 지나간 것은 늘 과거라는 이름 안에 묶인다. 그리고 모든 과거는 기억 속에서 파편이 되어 떠돌다가 잃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는 영영 잊고 싶지 않은 기억도 있다. 기억하고 싶으나 세월이 무색하게도 점차 흐려지는 것들이 있다. 아이유는 그 모든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오렌지 섬'을 만들었다. 찬란한 노을빛 태양이 하늘을 뒤덮고, 그곳에서 '그림자도 없이 함께 춤을 추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당장 없는 것 같아도, 기억 속에서 만난 것들은 곧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그러나 지나간 것들은 기억 속에 갇혀 있기에 슬프다. 때문에 이토록 행복한 장면들은 모두 '악몽'처럼 그려진다. 긴 꿈을 꾸고 일어난 것 같은 기분은 현재의 상실감을 더욱 짙게 만들 뿐이다.


 그럼에도 화자는 이 모든 기억을 갖고 여행을 시작한다. 그래서 '에잇'은 서글픈 동시에 희망적이다. 계속해서 이별과 상실을 맞닥뜨리겠지만, 그럼에도 '한 뼘 짜리 추억'을 간직하면서 사는 것이 곧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는 말처럼, '에잇'의 화자 역시 아프고 찬란한 기억 속을 헤엄치며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때문에 화자는 끝끝내 이렇게 외칠 수 있다.


 "이런 악몽이라면 영영 깨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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