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당수에 빠질 수 없다면

둘 중에 하나겠지, 숨 참고 뛰어들거나 물을 깨고 나가거나

by 델리만쥬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노래가 있다 - 아이브 'love dive'

가사의 요지..문학적인 글을 비문학 읽듯이 접근하는 것이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요는 '나를 사랑하는' 나르시시즘이라고 볼 수 있는 노래였다. 때문에 거울을 보는 듯한 안무와 더불어 '감히 뛰어들어', '서로를 비춘 밤' 같은 가사가 꽤나 큰 화제가 되었던 곡이다.


그런데 나는 물에 뛰어든다 하면 아직까지도 다이빙, 그리고 심청전이 먼저 생각난다. 뭐 사회적인 사상이라던가, 고전소설의 특징 같은 것들은 모두 차치하고 그냥 심청이가 뛰어들었던 그 장면이 생각이 난다는 거다.


그리고 이제는, 현대 사회의 사람들이 그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한다. 취준, 대학원 진학 같은 당장 '학부 졸업'을 염두에 둔 내가 직면한 선택의 늪부터 시작해 우울의 늪, 공황의 늪 같은 각종 인당수에 등 떠밀려 다이빙할 준비를 해야'만' 하는 사람들. 그런 늪에, 인당수에 빠지기 싫다고 몸부림쳐봤자 피할 수는 없는 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는데, 즐기려고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대학생'의 삶을 살려다가 등 떠밀려 떨어졌다. 다이빙이 아니라, 떨어졌다, 저 멀리 보이지 않는 어두운 폭포 아래로. 인당수가 아닌, 그 폭포는 번아웃의 형태로 왔다가, 우울의 형태로 또 다시 찾아왔다. 각설이도 아니고 말이야.


현실은, 다시 찾아오는 것에 이어, 인당수도 아니다. '착하게', '순응하여' 살았다고 해서 그 대가를 주지 않는다. 눈을, 스스로 뜨게 만든다. 이렇게 떨어지는 사람들에게는, 하나로 귀결되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그냥 떨어지면서 스스로 눈을 뜨던가

아니면

물을 거슬러 올라가던가




데미안이 그랬다. 알을 부수고 나가라고.

김승희 시인도 '배꼽을 위한 연가 5'에서 질문을 던진다.

"애벌레가 나비로 날기 위하여 누에고치를 버리는 것","하나의 알이 새가 되기 위하여 껍질을 부수는 것"이 죄냐고 말이다.


수능.

가장 큰 뜻은, 대학수학능력검정시험의 약어. 동시에, 대한민국에서 고등학교를 일반적으로 다녔다면 10대의 마무리를 짓는 시험이자 관문, 그리고 평생 따라다니는 '학벌'이라는 꼬리표를 결정짓는 매듭.

두 번째는, 뜻이 아니라 발음이다. '순응'을 소리나는 대로 쓰면 적히는 글, 수능. 이를 가지고 모 회사에서 수험생들을 위해 적었던 응원 문구가 꽤나 크게 회자된 바 있었다. 그런 순응을, 대학생이 되고 나이를 먹으면서, 한치 앞 모를 폭포로 떨어지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이미 우울에 순응했다. 그래서 이제, 여기에 맞서 거슬러 올라가려고 한다. 의욕이 없지만 쥐어짜본다.

어떻게든, 눈을 떠보고, 물 흐르듯 흘러왔으니 이제 물을 거슬러 가봐야겠다 -


배꼽을 위한 연가 5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그 대신 점자책을 사 드리겠습니다.

어머니,

점자 읽는 법도 가르쳐 드리지요.


우리의 삶은 모두 이와 같습니다.

우리들 각자가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외국어와 같은 것 -

어디에도 인당수는 없습니다.

어머니,

우리는 스스로 눈을 떠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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